노키아 몰락 이후에도 위기 극복한 핀란드처럼…
차종범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
[ 오경묵 기자 ] 구미전자정보기술원(GERI)과 금오테크노밸리가 구미와 경북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는 창조경제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핀란드 오타니에미 클러스터나 스웨덴의 시스타사이언스파크처럼 창조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책 일변도의 하향식 정책과는 달리 민간기업과 연구기관이 중심이 돼 중앙정부와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공대와 경운대 등 학계와 활발하게 자구노력을 펴고 있다.
자구노력의 심장이자 클러스터링과 네트워킹 역할을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주도하고 있다. 노키아 몰락 이후에도 위기를 극복한 핀란드는 구미와 경북의 경제 위기 극복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삼성은 건재하지만 구미와 경북 상황에서는 삼성의 이전으로 인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전체 스마트폰의 6%만 구미에서 생산할 정도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2년 전 구미전자정보기술원장으로 취임한 차종범 원장(사진)은 “예전에 구미에서 잘나가는 기업의 기준은 대기업에 납품을 하느냐였지만 현재는 중소기업인 내가 기술을 갖고 있느냐로 바뀌었다”며 달라진 구미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차 원장은 “중소기업이 자체 기술을 갖고 있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아니라 최소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라도 전환하고 있다”고 구미의 변화를 이야기했다. 차 원장은 “대기업이 이전한 후 대기업 전속 경제체제에서 중소기업 위주의 기술 혁신으로 성공한 세계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기술원과 구미 칠곡 경산 등의 기업들이 업종 다각화 및 새로운 스마트기기 사업화에 진력해 왔기 때문이다.
차 원장은 이런 구미의 변화를 위해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을 구미국가공단 3000여개 기업의 부속 연구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2007년 개원한 기술원은 전략연구소와 혁신기술 융합연구 의료기술 등 3개의 전자산업 연구센터를 갖고 있다. 본부에 디스플레이핵심부품국산화지원센터, 경북과학기술진흥센터, 태양광테스트베드센터, 분원인 금오테크노밸리에 모바일융합기술센터, IT의료융합기술센터, 3D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실용화 지원센터를 갖추고 있다. 241종 341대의 각종 전자장비외 시험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원장이 일일이 기업을 직접 방문해 기업과 기술원 인프라를 연계시켜 기업의 미래 먹거리 연구개발과 지원을 연계시키고 있다.
허용석 기술원 미래전략연구소장은 “구미국가산업단지 기업과 기술원의 협력을 통해 구미 경제 체질 변화에 성공한다면 3000개 기업 가운데 연구소와 연구전담부서를 가진 600개 기업을 포함해 1000여개 기업은 스마트기기 등의 신산업으로 강소 蓚宅??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기술원 IT의료융합 기술센터에 20여종의 첨단장비를 구축하고 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해 10여개 기업이 업종 다각화에 성공하고 4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한 개뿐이던 의료기기 기업이 30여개로 늘어났고 50여개 업체가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루셈사는 LG 필립스의 브라운관(CRT) 개발에서 X레이 튜브를 제작하는 의료기기 부품업체로 업종을 전환했고 금오테크노밸리 IT의료융합기술센터에 입주해 나날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맨엔텔사는 교육용 장비 업체에서 재활의료기기 전문 업체로 업종을 다각화하고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미1공단에 있는 케이알이엠에스(대표 이영태)는 LCD(액정표시장치)모듈과 LED(발광다이오드)조명 생산 내수 기업이었으나 기술원의 지원으로 IT 융합 스마트기기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역산업 육성기술개발 사업에 참여해 IT 융합 스마트 LED 도로조명 컨트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기술원은 3D 스캐너를 이용한 역설계, 설계품 시제품 제작, 소재 비교평가, 온도 신뢰성 시험 등 기술원 인프라를 활용해 전방위 기술 지원을 했다. 가나 에너지위원회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 6월 연간 3000만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현지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차 원장은 “스마트 융복합기기산업의 핵심도 센서와 통신기술이지만 구미 기업들은 40년 이상 통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다른 지역이 할 수 없는 기술과 품질·납기에 대한 경험과 자신감을 갖고 있어 낯설어하지 않는다는 게 큰 강점”이라며 “새로운 변화가 두렵지 않다는 것이 구미와 경북의 산업 ?전환하는 데 가장 큰 경쟁력이 될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R&D 사업 결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것은 기업은 어디에서 어떻게 지원받아야 할지, 지원 기관은 어떤 기업을 지원할지를 모르는 데 있다”며 “어떤 기업이든 기술원을 부설연구소처럼 생각하고 활용하도록 해 구미 전자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구미=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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