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등
'땜질식 처방' 에만 급급
[ 이승우 기자 ] 정부가 단기 정책을 내놓는 데 급급한 사이 사회적으로 민감하거나 중장기적으로 다뤄야 할 현안들은 줄줄이 차기 정부로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정책은 실종되고 조급하게 만든 단기 정책의 부작용만 쌓이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내놓은 2016년 세법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소득세 감면 축소, 법인세율 조정 등 민감한 쟁점 현안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3년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소득세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6%에서 지난해 48%로 오히려 높아졌다. 올해도 기획재정부는 “소득세제 관련 심층평가를 끝낸 뒤 대책을 내놓겠다”며 내년 세법개정안으로 시기를 미뤘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사실상 다음 정부로 공을 넘긴 셈이다.
게다가 올해 폐지(일몰)되는 조세지출 25개 항목 중 4개만 예정대로 폐지하고 나머지는 수정·연장키로 했다. 세제 혜택은 연장하고 세수 확보 정책은 외면하면서 세수 증대 효과는 더 떨어지게 됐다. 올해 세법개정안에 따른 연평균 세수 효과 추산액은 3171억원으로 박근혜 정부 들어 최저치다.
올 상반기 가장 큰 이슈였던 미세먼지 관련 대책도 다음 정부로 떠넘긴 대표적 사례다.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라 거론되던 경유값 인상 방안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개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 과제로 넘겨 2018년 재논의하기로 했다.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물리는 문제도 경유값과 함께 논의하기로 했다. 영세 자영업자나 경유차 운전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도 최근 몇 년간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정부는 지난해 여름 ‘일시적 누진구간 완화’라는 ‘땜질식 처방’을 내놨고, 올해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일시 감면 정책을 내놨다. 한 대학 교수는 “이해 관계자 간 갈등이 심하거나 선거에 불리한 영향이 예상되는 정책은 차기 정부로 미루는 ‘님트(NIMT: not in my term·내 임기에는 하지 않으려는 것) 현상’이 정권 후반부로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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