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가상현실(VR) 기술은 인공지능(AI)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유망기술로 꼽히는데요. 게임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실생활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IT와 미디어 업계의 관심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죠.
헐리우드의 동영상 업체와 손잡은 넷플릭스(Netflix)는 대표적입니다. 현재 삼성 기어(Gear VR)에서도 시청 가능한 콘텐츠를 제공 중입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들 중에는 VR에 특화된 부서를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스포츠 중계, 콘서트 중계를 승부처로 보는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넥스트VR(NextVR)은 다양한 스포츠 스포츠 채널과 협업해 실시간 VR 스포츠 중계를 실험해 왔는데요. 지난 5월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콘서트 홍보 업체인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과 제휴를 했습니다. 시청자들은 VR 헤드셋이 있으면 콘서트 VR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커머스 업계에서도 적용 중입니다.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업체 이베이(eBay)는 전용 앱(eBay VR Department Store)을 통해 VR 백화점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베이는 별도의 VR 시청 단말기(Shoptical)을 제작하는 한편으로 특정 상품의 상세정보 전달 기술에도 VR을 탑재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헬스케어, 여행 등 광범위한 분야로 玲育?경험(UX)을 확장해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몰입도를 높이는 VR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또 전문가들은 게임과 영화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합니다.
제레미(Jeremy Bailenson) 미국 스탠포드대 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VR이 미디어의 특성상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선형적 내러티브에는 부적합하며, 실제 세계에서 직접 체험하기 어려운 종류의 경험들을 재현하는 것에 더 적합하다"는 입장을 취합니다.
상현실상호작용연구소(Virtual Human Interaction Lab)을 창립자인 그는 "VR은 강력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시키는 기술이며, VR의 강력한 몰입감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VR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면 외부 환경과 차단돼 기존 게임과 다르게 현실 감각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제작자들은 몰입도를 끌어 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장면을 넣을 수 있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무엇보다 산업적으로도 VR 콘텐츠 제작 비용은 일반 콘텐츠에 비해 아주 높습니다. 언론사에서도 VR 콘텐츠 제작 여건을 갖추려면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시의성이 중요한 뉴스 생산 환경에서 완성도 높은 VR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때문에 "실제 세계에서 많은 비용이 드는 경험, 직접 하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한 경험, 운동선수의 적응 훈련, 시간여행과 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경험, 고래 구경과 같이 희귀한 경험들"이 VR 콘텐츠로 적합하다는 것이죠.
‘가상현실(VR)’이라는 용어를 만든 VR의 선구자이자 미국 정보 미디어 연구자 재론 레이니어 (Jaron Lanier)는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놓인 VR 산업은 적합한 형태의 콘텐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일각의 냉정한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VR의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입장인 것이죠. VR 분야에서 선두주자로 꼽히는 삼성전자를 비롯 국내기업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요. 과도한 기대 이전에 차분한 진단이 필요해보이는 대목입니다. (끝) / soon6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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