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 이후 약세
코스닥 상장 나섰던 JTC
한국 대신 일본증시 상장 검토
클리오·코스메카코리아
기업가치 평가에 '촉각'
[ 나수지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19일 오후 3시57분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화장품·면세점 업체들이 상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기업 평가가치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내년 초 코스닥 상장을 추진한 일본 면세점 업체 JTC는 한국 대신 일본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JTC는 2012년 상장한 SBI모기지 이후 4년 만에 일본 기업이 국내 증시를 두드리는 사례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뒤 호텔신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면세점 주가가 급락하면서 한국 증시에 상장할 명분이 약해졌다.
공모가는 주로 동종업체 주가를 바탕으로 산정한다. 이 때문에 비교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가 어렵다.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 관계자는 “JTC가 코스닥시장을 선택한 것은 국내 면세점 업체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아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산정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사드 배치 발표 이후 면세점 주가가 크게 떨어져 이런 이점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호텔신라는 이날 6만2400원에 장을 마쳤다. 사드 배치 발표 전날인 지난달 7일 6만6900원에 비해 6%가량 떨어졌다. 지난 1일에는 주가가 5만7200원까지 떨어져 신저가를 쓰기도 했다.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역시 주가가 사드 배치 발표 전에 비해 21%가량 급락했다. 사드 배치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화장품 업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올 하반기 상장을 준비 중인 클리오, 코스메카코리아 등은 시장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막바지 밸류에이션 작업을 하고 있다.
한 화장품 기업 상장 주관사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를 보는 투자자의 시선이 예전처럼 우호적이지 않아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화장품 업체의 주가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중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달팽이 크림’이 입소문을 타며 매출이 크게 성장한 잇츠스킨은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주가가 29%가량 떨어졌다. 지난달 초만 해도 8만원대이던 주가는 이날 5만4200원까지 내려앉았다. 화장품 브랜드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한 달 새 30%가량 곤두박질쳤다. 화장품 업종 대표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G 역시 사드 배치 발표 후 주가가 각각 16%, 12% 하락했다.
한 증권사 화장품 담당 애널리스트는 “사드 배치 여파가 가라앉으면서 일부 종목 주가는 반등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며 “거대한 중국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앞으로 IPO시장에서 화장품 기업이 예전처럼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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