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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의 공포는 '서울역'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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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좀비가…그 좀비의 시작

한국 좀비 콘텐츠의 '원 소스 멀티유스'



[ 선한결 기자 ] 서울에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다. 정부는 긴급재난경보령을 내린다. 사람들은 ‘좀비 안전지대’인 부산으로 가기 위해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탄다.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은 이렇게 시작된다. 관객들은 궁금해진다. ‘좀비 바이러스는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거지?’ 영화는 답을 주지 않고 끝난다. 지난달 20일 개봉한 ‘부산행’은 누적관객 1104만명을 넘기며 장기 흥행 중이다. 19일 기준 박스오피스 6위다. 바로 아래 7위가 ‘서울역’.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한 ‘터널’ ‘인천상륙작전’ ‘스타트렉 비욘드’ 등 블록버스터 영화들 사이에 자리 잡은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17일 개봉한 ‘서울역’은 ‘부산행’의 프리퀄(이전 이야기를 담은 속편) 영화다. 부산행 KTX 열차 출발 하루 전 이야기를 담았다. 두 영화를 제작한 연상호 감독이 원래 기획한 영화는 ‘서울역’이다. 도중에 영화투자배급사 NEW의 제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실사영화를 따로 찍어 먼저 개봉했다.

‘부산행’에서 KTX 열차에 올라탄 정체불명의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를 연기한 배우 심은경은 ‘서울역’의 주인공인 가출 청소년 혜선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노숙자가 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연 감독은 17일 서울 논현동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해 재생산하는 느낌이 두 영화가 주는 큰 재미”라고 말했다.

두 영화의 이야기가 완전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좀비가 나타난 배경이 대한민국이라는 것만 같을 뿐 작품 분위기는 다르다. ‘부산행’은 좀비와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가족애를 다루지만, ‘서울역’은 좀 더 어둡고 암울한 방식으로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서울역’은 국산 애니메이션으로선 이례적으로 흥행을 향해 순항 중이다. 좀비 재난이라는 기존 작품의 설정과 이어져 있어 ‘부산행’ 관람객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미국 마블사가 팬층이 두터운 콘텐츠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을 엮어 영화 ‘어벤져스’ 연작을 히트시킨 것과 비슷하다.

해외 시장도 반응했다. ‘서울역’은 최근 미국 독일 홍콩 일본 대만 미얀마 등 12개국에 판매됐다. 연 감독은 “1년 전부터 해외에 판매하려고 내놨지만 단 한 곳에도 팔리지 않았는데 ‘부산행’ 개봉 후 수출 계약이 잇달아 성사됐다”며 “‘부산행’이 없었다면 ‘서울역’은 엄청나게 손해를 본 영화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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