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소송 만능주의
무고사건 연 1만건 넘어
김영란법 시행 이후엔 '지뢰밭'
[ 심은지 / 황정환 기자 ] 죄 없는 사람을 옭아매는 ‘잔인한 거짓말’ 무고(誣告)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고사건 접수 건수가 1만건을 넘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신 풍조와 지나친 경쟁의식, 남이 잘되는 모습을 못 보는 시기와 질투, 음해와 반칙 문화 등이 ‘소송 만능주의’와 맞물린 탓이라는 분석이다.
1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4633건의 무고사건이 검찰과 경찰에 접수됐다. 무고사건은 지난해(1만156건) 사상 처음으로 1만건을 넘어섰다. 2013년(8816건)과 2014년(9862건)에 이어 3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는 지난해 기록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고를 적극 장려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다음달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경쟁자 등을 음해하기 위해 거짓 투서와 고소·고발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강경훈 YK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우려가 적지 않다.
무고 범죄는 유독 한국에서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대비 무고사건 비율은 한국이 세계 1위 수준”(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정원 JKL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모든 문제를 형사 사건으로 해결하려는 한국 특유의 소송 만능주의가 무고 범죄를 양산하고 있다”며 “무고 행위를 사법 절차를 방해하는 중대 범죄로 다루는 선진국처럼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황정환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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