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2' 박채경 役 오연서 인터뷰
[ 한예진 기자 ] 배우 오연서가 10년 무명을 딛고 화려한 날개 짓을 시작했다.
14년 전 걸그룹 활동을 하고, 이후 영화에 단역·조연으로 출연할 때까지도 대중들은 그녀를 잘 알지 못했다. 10여년 간의 무명 시절을 지낸 오연서는 '왔다! 장보리', '돌아와요 아저씨' 등 드라마에서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차더니, 이번엔 여배우들에게 어렵다는 스포츠 영화에 도전했다.
"즐겁게 촬영했지만 다시는 스포츠 영화 안 찍을래요.(웃음)"
고된 촬영을 겪은 오연서가 장난스레 소감을 털어놨다. '국가대표2'는 대한민국 최초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창단 과정을 모티브로 웃음과 감동을 그렸다. 링크장, 바닷가, 갯벌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훈련 과정을 소화해 낸 여섯 여배우의 땀이 담긴 영화다. 오연서는 극 중 반항적이면서도 사명감을 지닌 선수 '채경' 역으로 강렬한 걸크러시 매력을 선보였다.
"3개월 전부터 훈련을 시작하고 2주 동안 고생하며 찍었는데 영화에는 1분도 안 나와서 아쉬워요. 그래도 생소한 스포츠인 아이스하키가 이해하기 쉽고 잘 표현된 것 같아요. 특히 각 캐릭터들이 담당하는 부분을 잘 살려주셨죠. 경기 장면을 보면서 짜릿했어요."
고강도 스케이팅 훈련 과정에서 타박상, 근육통은 기본이었고 김예원은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하재숙은 무릎 수술까지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180일 간의 힘든 촬영 탓에 배우들은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수애 언니는 정말 존경할 만해요. 눈빛이 너무 좋고 배울점도 참 많죠. 영화를 찍기 전에도 좋아했던 배우 중 한 명이에요. 슬기는 여태 보여줬던 이미지와 다르게 실제로는 진지한 편이에요. 연기에 있어서 저희끼리 합이 잘 맞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서로를 보며 노력했어요. 각 캐릭터 특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융합이 잘 돼야 영화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었죠."
연기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가 느껴지는 한 마디였다. 오연서는 2002년 걸그룹 러브(LUV)로 데뷔한 뒤 연기자로 전향했고, 얼굴을 알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여느 20대 처럼 학교 생활에 힘을 쏟았기에 무명이라는 게 큰 걱정은 아니었다.
"다양한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과거의 무명 시간이 저에게는 약이 됐어요.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클럽도 가보고, 아침까지 술도 마셔봤죠. 지금은 행동과 장소에 제약이 생겨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동기들, 선후배와 함께 보낸 그 시간이 연기할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탄탄하게 성장해갔다. 주변에선 오연서를 '배우의 길을 정석대로 밟아간다'고 표현했다. 그럴 때쯤 또다시 사춘기가 찾아왔다. 성공한 배우라는 이야길 들으면서도 자기 자신에게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사실 아직도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작년에 29살, 아홉수였는데 '연기를 그만두는 게 맞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러면서 '그만두면 뭘 하고 살지?'라는 고민도 하고요. 어렸을 땐 사소한 거라도 1등을 하고 싶었는데 크면서 변하게 됐어요. 제가 잘하는 건 잘하면 되고, 못하는 건 과감하게 빨리 포기하죠.
아홉수와 사춘기를 지낸 오연서의 꿈은 '늘 도전하는 배우'다. 모든 걸 다 잘 해내고 싶은 욕심도 크다. 선배들의 작품을 좋은 자극으로 받아들이며, 연기에 대한 각오를 다시 다지곤 한다.
"앞으로도 여러 캐릭터에 도전할텐데 안 맞는 캐릭터가 있을 수도 있겠죠. 그래도 한 번 쯤은 다 도전해보고 싶어요. 청순한 역할, 섹시한 역할도요. 드라마는 많이 했는데 영화는 이제 시작이죠. 이번 영화를 계기로 많은 러브콜이 왔으면 좋겠어요."
'국가대표2' 개봉날과 비슷한 시기에 여러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중엔 천만 관객을 넘은 대작도 있었다. 오연서는 경쟁작임에도 불구하고 '부산행', '인천상륙작전', 덕혜옹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표했다. 그리고 여배우 중심의 소재가 많지 않은 영화계의 현실도 꼬집었다.
"영화 평들이 다 너무 좋아요. 사실 저는 배우이자 관객의 입장에서 굉장히 즐겁죠. 좀비, 전쟁, 재난, 스포츠 등 장르가 다르고 각각의 매력이 있으니까 굳이 선택하지 말고 다 보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여자가 주가 되는 영화들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아서 속상한 면도 좀 있어요. 우리 영화를 계기로 여자 영화가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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