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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람하는 '콘텐츠 큐레이션'에 제동장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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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순 디지털전략부 기자) 디지털 미디어가 뉴스 소비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전통매체의 고민은 늘고 있다. 이 고민거리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콘텐츠 생산비를 너끈히 뽑을 수 있는 수익모델 도출이고 또 다른 하나는 포털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플랫폼사업자를 넘을 수 있는 경쟁력 확보이다.

현실적으로 전통매체가 취할 수 있는 경영전략은 조직 효율화이다. 방만한 뉴스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다. 비효율적인 부문을 축소하거나 통합하는 방법이다. 상당수 레거시 미디어가 이런 방법의 '혁신'을 취했다. 여기서 보전되는 재원을 디지털이나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수순을 취한다. 이러한 흐름 안에는 콘텐츠의 재활용이라는 문제도 포함된다.

페이스북에 뉴스 한 건을 올렸을 때 트래픽으로 이어지는 기간이 고작 평균 2.6일에 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애써 만든 뉴스가 이용자들로부터 관심과 반응을 얻는 기간으로는 짧기 때문에 재가공해서 쓰임새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온다. 생산 비용은 줄이면서 효과는 다시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에버 그린(evergreen)' 콘텐츠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이용자에게 꾸준히 관심을 사는 콘텐츠는 재활용 이전 단계 즉, 애초 기획부터 잘 잡아야 한다. 예를 들면 건강, 여행, IT 분야가 대표적이다. 시의성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계속 소비될 수 있는 분야이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초 '스마터 리빙(Smarter Living)' 섹션을 시작했다. 건강·음식·IT 분야 기사들을 중점적으로 생산하는데 이용자들이 언제나 찾아보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생산자 즉,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기자들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경쟁여건이나 내부 역량도 잘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나온 뉴스의 내용을 보강하는 등 업그레이드하거나 카드뉴스나 영상, 퀴즈처럼 새로운 포맷으로 만드는 재활용도 중요하다. 그러자면 특정 뉴스의 흐름을 잘 꿰고 있는, 맥락화할 수 있는 기자의 역할이 필요하다. 이 기자가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활용해 스토리텔링에 능하다면 금상첨화다. 전통매체가 데이터와 기술에 투자하는 배경 중 하나다. 내부 구성원인 전통매체 기자가 해줄 수 있다면 좋지만 기대가 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의미다.

국내 뉴스시장은 개별 언론사가 과거의 영향력에 기댄 채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을 성숙하게 이끄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투자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하는 일인 만큼 지속적이고 일관된 투자가 필요하다. 물론 반드시 계량적인 목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므로 신중한 선택과 집중도 요구된다.

에버그린 콘텐츠는 그 점에서 안전한 방식이 된다. 큰 비용 부담 없이 시장 반응을 떠볼 수 있고 자주 방향을 바꿀 수?있어서다. 그러나 기본적인 인력투입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예전에 나온 뉴스를 다시 쓰는 것은 마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냐, 이것저것 나온 콘텐츠의 짜깁기에 불과하다, 내용은 그대로인데 껍데가만 바꾼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통매체가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빠르게 움직이는 뉴스 시장 환경, 이용자의 뉴스 소비 행태, 매체 간 경쟁질서 등 크고 작은 변수들과 에버그린 콘텐츠의 상관 관계다. 특정한 조건을 가진 시장에서 그만한 '울림'을 낼 수 있느냐는 누구도 자신하기 어렵다. 연성화-옐로우저널리즘에 빠지기 쉽다. 오늘날 전통매체 뉴스조직은 판매, 광고라는 공고한 비즈니스 모델의 붕괴국면에서 "콘텐츠가 왕이다"라는 지상과제를 '화두'처럼 모셔왔다. 그러다가 '과학적인 유통-타깃화, 알고리즘'이라는 생소한 이슈도 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마구 골라서 먹다 보니 급체에 소화불량이 심한 상황이다.

한국기자협회 창립 5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센터에 의뢰해 지난 5~10일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디지털 전략 실행의 걸림돌'로 외부 플랫폼 의존 심화, 수익모델 부재, 다양하지 못한 디지털 콘텐츠, 독자와 교감 부족 등이 거론됐다. 전통매체 기자들 다수가 상황을 비교적 제대로 진단하고 있다. 모든 것이 원점에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전통매체 의사결정 구조는 완고하다. 특히 외부 시장의 독점이 공고하다. 내부는 콘텐츠에 대한 일방향적 접근이 여전하다.

그래서 에버그린 콘텐츠 이전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냉정히 성찰해야 한다(철학의 변화)", "새로운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문화의 교체)"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방향의 확립 없이 에버그린 콘텐츠, 더 나아가 콘텐츠 큐레이션의 범람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끝) / soon69@hankyung.com

(참조) 마침 <미디어오늘>은 '저널리즘의 미래 2016:스토리텔링의 진화'를 주제로 관련 행사를 연다. 새로운 흐름과 방향에 대한 진단과 전망이 내려질 것으로 보여 기대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행사 사이트 http://special.mediatoday.co.kr/co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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