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 강조한 박 대통령
"추경·노동개혁법 한시가 급해…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를
당·정·청은 하나가 돼야" 당부
이 대표 "책무 다하겠다" 화답
김영란법 시행령 수정 건의엔 법 취지 언급하며 "해결 필요"
[ 유승호 / 김채연 / 박종필 기자 ] “대통령을 모신 이후로 이렇게 많이 웃으신 건 처음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11일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 간 오찬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전한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말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하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광복절 특별사면, 개각,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정치권에선 지난 9일 전당대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한 것을 계기로 이날 오찬 분위기와 같은 당·청 간 ‘밀월 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58분 분홍색 재킷과 회색 바지 차림으로 읓昰恙?들어와 먼저 기다리고 있던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차례로 악수했다.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에겐 “새로운 청년 스타가 되겠다”며 덕담을 건넸다. 의전 관례에 따라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이 대표가, 왼쪽에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앉았다.
박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당·청 화합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새 지도부에 바라는 것은 반목하지 말고 민생 정치에 모든 것을 바쳐 해나가 달라는 것”이라며 “당·정·청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경도 급하고 규제프리존특별법도 급하고 노동개혁법도 한시가 급하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당·정·청이 완전히 하나, 일체가 되고 동지가 돼서 집권세력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이어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데 전기요금이 누진제로 돼 있어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며 “6~9월 한시적으로라도 누진 요금에 대한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당과 잘 협의해 조만간 방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있자 당정은 이날 오후 긴급협의회를 열어 전기요금누진제 개편방안을 내놨다.
이 대표는 또 “민생 경제사범들이 잘못한 것은 잘못한 것이지만 다시 한번 뛸 수 있도록 ‘통큰’ 사면이 있기를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며 대규모 사면을 건의했다. 이 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에서 ‘재벌 총수 사면도 건의했느냐’는 질문에 “결과를 봐라. (재벌 총수 포함에 대해선) 내가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개각과 관련해선 “탕평인사, 균형인사, 능력인사, 소수자에 대한 배려 등이 반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 가지 말한 것을 잘 참고하겠다”고 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이 농수축산업과 소비에 미칠 악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시행령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만든 법 취지를 지켜야 해 시행령을 정부 맘대로 할 수 없다”면서도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국회에 김영란법 개정을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사드와 관련,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은 자제하고 지역 대표자와 정부 중심으로 진지하게 협의했으면 좋겠다”며 “사드를 ‘제3의 장소’에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대표는 당·청 회동을 정례화하는 것에 대해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한 사안은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만나야 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면담을 신청해 만나겠다”고 말했다.
오찬에는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과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정무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새누리당에서 이 대표, 조원진·이장우·강석호·최연혜 최고위원, 유창수 청년 최고위원, 정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 의장이 참석했다.
유승호/김채연/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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