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성장에 숨은 조력자 역할
아들에게 경영 자신감 심어줘
남편 사별 후 생일잔치 안해
아단문고 설립해 문화계 지원
김승연 회장 3남 김동선, 올림픽 승마 출전 중 귀국
[ 안대규 기자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어머니이자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1922~1981)의 부인인 강태영 여사가 11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김 창업주가 6·25전쟁 직후 설립한 한국화약(현 (주)한화)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강 여사는 헌신적인 내조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화그룹 측은 전했다. 강 여사는 그동안 한화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면서 평생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매진해왔다.
1927년 경기 평택에서 태어난 강 여사는 수원여고를 졸업했다. 성공회교회에서 만난 양가 어른의 소개로 1946년 김 창업주와 결혼했다. 그는 큰아들인 김 회장이 힘들 때마다 의지한 버팀목이었다. 1981년 김 창업주가 갑작스레 별세한 뒤 당시 29세이던 김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자 재계 안팎에서 우려가 컸다.
강 여사는 김 회장을 여러 차례 불러 “사업 능력과 추진력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한다.
강 여사는 평소 형제간 우애와 집안의 화목을 강조했다. 창업주 타계 후 두 아들인 김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이 재산권 분할 소송을 벌이자 1995년 자신의 생일에 두 사람을 함께 불러 화해를 권유했고 이후 갈등은 사라졌다.
창업주와 함께 성공회 신자였던 강 여사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인 ‘성 안나의 집’과 여성정신지체장애인 요양시설인 ‘성 보나의 집’ 등을 남몰래 후원해왔다.
강 여사는 남편과 사별한 뒤 제대로 된 생일잔치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강 여사는 2005년 자신의 호인 ‘아단(雅丹)’을 딴 아단문고를 설립해 한국 고서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를 수집, 학계 연구자료로 제공하는 등 문화·예술계도 지원했다.
유족으로는 김승연 회장과 김호연 회장, 딸 김영혜 전 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 의장이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승마 종목에 출전한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은 개인 마장 마술 첫날 예선전을 마친 뒤 조모상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후 귀국길에 올랐다. 동생을 응원하기 위해 리우를 찾은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함께 귀국했다. 김 팀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1차 예선 첫날 경기에서 30명 중 17위(68.657점)를 기록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이날 빈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구자열 LS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등 기업인들의 문상이 이어졌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남경필 경기지사, 서병수 부산시장, 김형오 전 국회의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 정치권과 학계 인사들도 조문했다.
김근상,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 등 종교계 인사들도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가 추진하는 사회사업에 힘쓴 고인을 추모했다.
발인은 13일 오전 7시.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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