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매장 바꾸니 매출 쑥쑥…식품업계 '디자인 입김' 세져
파리바게뜨 진열대 줄이고 움직임 편하게 공간 넓혀
빕스는 매장 가운데 주방…매출 30% 이상 늘어
[ 강영연 기자 ] 지난 4월 배스킨라빈스가 선보인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블라스트’는 구름 모양의 독특한 용기 디자인 덕에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출시 석 달 만에 솜사탕 블라스트 관련 내용을 태그한 게시물이 1만4000건을 넘어섰다. 이런 인기는 판매로 이어져 같은 기간 100만개 넘게 팔렸다. 지금까지 솜사탕 블라스트 판매량은 기존 블라스트 제품보다 20% 정도 많다.
◆디자인만 바꿔도 판매량 늘어
식품업계가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용기부터 매장까지 디자인이 성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가 4월 출시한 ‘얼려먹는 야쿠르트’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기존 야쿠르트 제품을 거꾸로 세워놓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박상현 한국야쿠르트 디자인팀장은 “독특한 디 愍括막?입소문이 나면서 출시 직후 매일 20만개 넘게 판매되고 있다”며 “공장을 완전 가동해도 수요를 맞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매장 디자인을 바꿔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다. SPC는 올 들어 파리바게뜨 매장을 꾸밀 때 진열된 빵의 개수를 줄이고, 움직임이 편하도록 공간을 넓혔다. 조명도 자연광에 가까운 따뜻한 조명을 설치했다. 오종한 SPC그룹 디자인센터 부장은 “빵 맛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게 매장을 돌아다닐 수 있어야 소비자가 다시 찾는다는 점을 매장 디자인에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열 방식을 바꾼 뒤 가맹점 매출이 늘었다는 게 SPC 측 설명이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는 ‘360도 오픈 라이브 키친’을 도입한 후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 매장 중앙에 주방을 배치해 음식을 조리하는 모든 과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소비자가 안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매출도 5~6%가량 늘었다.
◆디자인 조직, 핵심 부서로
이처럼 디자인이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서 식품업체들이 디자인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SPC그룹 디자인센터는 본사 건물 한 개 층 전체를 사용할 정도로 핵심 부서가 됐다. 80여명의 디자이너는 제품 패키지·매장 인테리어·VMD(비주얼머천다이징)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회사는 이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산업디자인계 거물인 알레산드로 멘디니와 공동 작업하는 등 세계적 산업디자이너와 협업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이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매년 유럽, 일본 등에서 열리는 디자인 관련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야쿠르트는 광고팀 내 디자인파트를 디자인팀으로 승격시켰다. 패키지 디자인뿐만 아니라 용기 디자인, 기업 아이덴티티 디자인 등 기업 전반의 디자인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CJ푸드빌의 디자인 조직 인원은 80여명으로 본사 지원 인력의 15%를 차지한다. 박상현 팀장은 “디자인은 상품의 특징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상품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성공한 상품이 많아지면서 제품 못지않게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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