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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에나법'에 떠는 공기업] 정치인·지역단체 너도나도 "후원금 내라"…지방이전 공기업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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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8년째…'지역기여 의무화법'에 전전긍긍

"공기업 수익, 지역 쌈짓돈처럼 쓰겠다는 것"
지역인재 우선채용·지방세 증세 법안도 잇따라



[ 이태훈/오형주 기자 ] 2008년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이 경기 수원에서 충남 천안으로 이전하며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올해로 8년을 맞았다. 154개 이전대상 기관 중 139개(6월 말 기준)가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당초 목적에 부합되게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있는 반면 지역사회에선 이들을 ‘돈줄’로 인식해 국가 전체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지역 정치인이나 시민단체 등의 ‘쌈짓돈’으로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각종 민원 시달리는 공기업

에너지 공기업인 A사는 1년에 60억원 정도를 사회공헌활동비로 쓴다. 에너지 공기업 특성상 전국에 조직이 흩어져 있지만, 사회공헌활동비의 절반은 본사 소재지에서 쓰인다. A사 관계자는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지역언론 등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0억원 정도가 ‘지역 유지’ 입맛에 맞는 곳에 흘러들어가는 것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하면 지역의 협찬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공기업들의 우려다. A사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그래도 요구조건이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며 “법안이 통과하면 어떤 요구가 올지 예단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 B사 관계자는 “문화예술행사를 할 때 본사 대강당을 빌려달라고 하면서 최소 수천만원대의 협찬금을 지원해달라는 요구 등이 한 달에 두세 번 있다”며 “지역 경제단체 등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내달라는 요구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공기업 C사 관계자는 “지역사회 기여를 법으로 강제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사회공헌활동비가 지역에서 힘깨나 쓰는 사람들에게 돌아가 정작 돈이 필요한 곳에 대한 지원은 끊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강원랜드 전철 밟나

공공기관의 사회공헌 의무를 법제화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한국수력원자력, 강원랜드 등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수원은 원자력발전소가 혐오시설이기 때문에, 강원랜드는 카지노가 사행산업이란 이유로 법적으로 지역사회 공헌이 의무화돼 있다. 이들 공기업은 법에 따라 각종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요구는 더 커지고 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해외 원전이나 국내 화력발전소 등과 비교해 지역에 훨씬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민원이 늘 끊이지 않는다”며 “최근엔 고리 원전과 월성 원전 인근 마을에서 법과 규정에 관련 근거가 없는 마을 이전비 등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법규상 마을 이전비 지원은 원전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내 마을에만 가능하지만 주민들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나 원전 추가 건립 등 현안과 연계해 막무가내로 요구하고 있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번영회, 대책위원회, 상생위원회 등 각종 단체를 구성해 많은 것을 요구하는데 99%는 돈을 달라는 것”이라며 “정치인도 선거 때 ‘내가 당선되면 강원랜드 돈을 더 빼앗아오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놓을 정도”라고 말했다.

◆공기업 옥죄는 법안 계속 발의

이 밖에도 공공기관을 타깃으로 한 법안이 20대 국회 들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해당지역 출신으로 35~40%를 채워야 한다는 법안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3건이나 발의됐다. 공기업의 인사담당 임원은 “특정 지역 출신으로 3분의 1 이상을 채운다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남춘 더민주 의원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액화천연가스(LNG) 저장시설 등에도 지역자원시설세를 내게 하자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LNG 저장시설은 주로 한국가스공사가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등에만 지역자원시설세가 적용된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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