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식강·냉연강판 이어 열연에 최고 60.93% 관세
미국 수출 접어야 할 판
[ 도병욱 / 이태훈 기자 ]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연일 ‘관세 폭탄’을 쏟아붓고 있다. 내부식강 제품과 냉연강판에 이어 열연강판에도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했다. 중국 철강재 수출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유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5일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출하는 열연강판의 반덤핑·상계관세율을 최종 판정했다. 포스코 열연강판 제품에는 반덤핑 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를 적용했다. 총 관세율은 60.93%다. 현대제철에는 반덤핑 9.49%, 상계 3.89% 등 총 13.38%의 관세율을 부과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상무부 자체 규정에 따라 반덤핑 관세율이 차감돼 최종 관세율은 57.04%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덤핑 관세는 덤핑 판매, 상계 관세는 정부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물린다. 열연강판은 강관, 건축용 구조물 등을 제작하는 데 쓰이는 기본 제품이다. 한국 철강사의 주요 수출 제품이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에 열연강판 116만t을 수출했다. 금액 기준으로 7억달러(약 7800억원)어치다.
미국의 열연강판 관세 부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내 철강사는 포스코다. 부과 관세율이 현대제철에 비해 높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도 많다.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한국 열연강판 제품 가운데 73%인 85만t이 포스코 제품이다. 이는 포스코 전체 수출량의 약 5%다. 포스코 관계자는 “행정소송이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며 “미국 수출 물량을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 열연강판을 수입해 이를 가공한 뒤 현지에 판매하는 포스코 미주법인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사실상 미국 수출을 접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발(發) 철강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한국까지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공급과잉 때문에 미국 철강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됐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철강사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과정에서 한국 철강사가 유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상무부의 판정이 발표되기 직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우려를 나타냈지만, 미국의 결정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경제장관회의에서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EAS 차원의 비관세 장벽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장관의 제안에 瞿?호주 뉴질랜드 등은 적극 찬성 의견을 나타냈지만, 미국 대표인 바버라 와이젤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의견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이태훈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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