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는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장기 저성장의 수렁에 빠진 채 새로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울한 전망이 근래 계속 이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어제 발표한 ‘산업별 잠재성장률 추정 및 시사점’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이런 구조적 한계를 거듭 확인시켜 준다. 산업현장의 기술혁신,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같은 근본적 치유책 없이는 경제가 살아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져 올해부터 2%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들어 제조업의 하락폭이 더 떨어지는 가운데 서비스업도 빠른 하락세다. 주목되는 것은 제조업의 기술진보(총요소생산성 기여도 분석) 속도는 줄어드는 반면 노동투입은 오히려 늘어나는 ‘성장구조의 역주행’ 현상이다. 아직도 물량투입 위주의 양적성장 시스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서비스업에서도 생산성 향상보다는 노동투입 중심의 성장구조가 지속된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고부가 서비스업이 아니라 저부가 업종에서나 노동투입이 늘어나는 것이다. 건설업은 기술혁신을 이루지 못해 잠재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국내 주력산업의 잠재성장률 하락 방지와 성장력 복원을 위해서는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시장경쟁 강화, 생산성 증대와 핵심기술 확보가 시급하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충분히 공감 가는 대안이다. 대기업·정규직 중심의 강성노조가 좌우하는 노동시장의 개혁은 우리 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한 제1 조건이 된 지 오래다. 시장경쟁을 통한 창조적 기업활동을 보장하려면 행정규제 혁파가 급선무다. 저부가 서비스업종에만 노동 투입이 늘어난 채 고부가 서비스업은 정체된 것도 온갖 규제 탓이 크다. 생산성과 핵심기술 문제 또한 기업 규모의 대형화를 가로막는 법 체계에선 어려운 과제다.
이대로 가면 10년 뒤엔 잠재성장률이 1%대(2026~2030년, 1.8%)에 그칠 것이라는 KDI 전망도 나와 있다. 정치·행정 시스템의 변혁, 노사관계의 근본변화가 절실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만년 제자리고, 노동개혁도 마냥 답보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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