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 펀드 평균수익률 1.19%
기관들 치열한 청약 경쟁에 개별펀드 배정 물량 급감
공모가 오르고 보유기간도 늘어
투자수익률 예년만 못해
[ 김우섭 기자 ] 뜨거운 공모주 청약 열기에도 공모주펀드는 수익률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모주펀드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개별 펀드가 따낼 수 있는 공모주 물량이 급격히 준 데다 전반적인 공모 가격 상승으로 투자 수익률이 예년에 비해 낮아졌기 때문이다.
펀드당 공모주 배정 물량 급감
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88개 공모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지난달 29일 기준)은 1.1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05%)보다 1.86%포인트 낮다. 연초 이후 3%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단 3개에 그친 반면 전체 펀드의 80.68%가 2% 미만의 수익률에 머물고 있다.
설정액 상위 15개 공모주 펀드도 같은 기간 1.54%의 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이들 펀드 평균 수익률(3.2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공모주펀드 자금이 급격히 불어난 것을 수익률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지난해 말 4조6129억원이었던 공 彫齡訃?설정액은 올 들어 8700억원(18.86%) 늘어 사상 처음으로 5조원(5조4829억원)을 돌파했다.
공모주펀드는 기업공개(IPO) 전 진행되는 기관 청약 단계에서 공모주 주식을 사 수익을 낸다. 공모주펀드 자금이 늘어나면 IPO 기업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기관 청약경쟁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달 18~19일 이뤄진 에코마케팅의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사상 최대인 942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산술적으로 펀드가 1000억원어치를 청약했어도 1억원어치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청약은 보통 해당 펀드의 공모주 투자 비율 한도(보통 10~30%) 내에서 신청하기 때문에 무조건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동양뱅크플러스공모주10’을 운용하는 우준식 동양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공모 규모 1000억원의 신규 상장 기업에 투자할 경우 이전엔 펀드의 0.5~1.0%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요즘엔 0.2%를 배정받기도 어렵다”며 “한 종목에서 10~20%의 수익을 올려도 펀드 수익률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솟는 공모가, 낮아지는 수익률
기관투자가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장기업 공모가도 높아지고 있다. 높아진 청약 경쟁 속에 한 주라도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기관들이 공모 희망가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오는 8일 상장 예정인 에코마케팅의 공모주 가격은 희망 범위(2만7000~3만1000원)를 뛰어넘은 3만5000원으로 정해졌다. 지난달 10일 수요예측을 한 제약업체 에스티팜의 공모가도 희망 수준(최고 2만7000원)보다 높은 2만9000원에 책정됐다. 공모 가격이 상승하면 공모주펀드 운용사가 차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공모주 청약 경쟁은 상장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않겠다는 약속인 ‘보호예수(락업)’ 기간도 늘리고 있다. 기관이 상장 주관사(증권사)에 제시하는 락업 기간은 통상 1주일에서 길면 한 달이었다. 락업 기간을 걸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최근엔 락업 기간이 최대 석 달까지 늘어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공모주 펀드 매니저는 “해태제과식품의 경우 공모가(1만5100원) 대비 한때 네 배 이상 올랐지만 보호예수 기간에 걸려 있어 팔 수 없었다”며 “상장 직후 공모주를 팔아 수익을 실현하던 운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주펀드의 수익률 전망도 엇갈린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넷마블게임즈가 상장하면 공모주펀드가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면서도 “치열해진 기관들의 청약 경쟁 탓에 예년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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