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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AI시대 여전히 유효한 물음 '우린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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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존재의 의미

에드워드 윌슨 지음 / 이한음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32쪽 / 1만9500원



[ 송태형 기자 ]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석좌교수(87)는 세계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생물학자다. 그가 1975년 출간한 《사회생물학:새로운 종합》을 통해 주창한 사회생물학은 지식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왔다. 사회생물학은 인문학의 탐구 대상인 인간의 사회적 행동에 대해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생물학적 해석을 시도한다. 인간의 사회성이 자연선택이란 진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는 생각이 기본 전제다.

윌슨은 《인간 본성에 대하여》(1978년)에서 인종, 문화, 전쟁, 협력, 종교, 윤리, 성 등에 대해 사회생물학적 관점의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인간의 모든 사회적 행동과 본성은 생물학적 현상일 뿐임을 강조하면서 집단 생물학과 진화학적 방법론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윌슨은 이런 사유의 연장선에서 생물학을 근간으로 한 인문학과 과학의 통합을 의미하는 ‘통섭(consilience)’을 주창했다. 사회생물학은 1990년대 이뤄진 인간게놈프로젝트와 스티븐 핑커로 대표되는 진화심리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 존재의 의미》는 인류에 대한 윌슨의 통찰과 제언을 담았다. 미국에서 2014년 출간된 그의 최신작이다. 미국 도서비평가 드와이트 가너는 이 책을 ‘윌슨의 고별사’라고 했다. 윌슨이 오랜 세월에 걸쳐 탐구한 분야와 주장한 개념의 핵심을 요약하며 그가 수십년 동안 붙들고 씨름한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놨다는 의미에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 존재는 초자연적 존재의 창조물이 아니라, 우연과 필연을 통해 나온, 지구 생물권에 있는 수백만 종 가운데 하나다. 인류는 진화의 한 사건으로서, 무작위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의 산물로서 출현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단순하다. 생명에는 예정된 목적도, 끝 모를 수수께끼 같은 것도 없다. 우리의 믿음을 얻고자 다투는 악마와 신도 없다.

인간이 우주에서 철저히 독립적이고 고독하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점은 저자가 보기에 좋은 일이다. 인류를 편 가르는 비합리적인 믿음의 병인(病因)을 더 쉽게 진단할 수 있고 새로운 대안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교의 인간적인 결함은 부족주의다. 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짓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부족주의이지 순수 종교의 도덕 교리와 인본주의적 사고가 아니다. 인류가 쉽게 중독되는 부족적 갈등이 올림픽과 같은 팀 스포츠에서라면 즐겁겠지만, 현실 세계의 인종적·종교적·이념적 충돌 형태로 표출된다면 치명적이다. 인류 종의 통합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결 조건은 정확한 자기 이해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의 폭발적인 발전으로 인류 종이 탄생 이래 가장 큰 도덕적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즉 진화의 산물이자 역사의 산물인 인간의 유전형을 얼마나 개량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업무를 대부분 떠맡으면 인간에겐 무엇이 남게 될까. 뇌에 이식한 칩과 유전적으로 향상시킨 지능으로 로봇과 경쟁해야 할까.

이는 인류가 수십만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인간 본성에서 급격히 벗어나고 인간 조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는 ‘생물학적 인간 본성을 (과학기술로부터) 신성한 수탁물로서 보호하자’는 ‘실존적 보수주의’의 편에 선다. 이 대목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문학이야말로 과학이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원천을 엉망으로 만드는 데 쓰이지 않게 막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과학과 인문학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는 “과학과 인문학은 인간 뇌의 똑같은 창의적 과정들을 통해 나온다”며 “과학의 발견적·분석적인 힘이 인문학의 내성적 창의성과 결합된다면, 인간 존재는 무한히 더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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