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황당 규제 법안
관심끌기 입법에 현실성 뒷전
[ 김순신 기자 ] 문을 연 지 두 달이 채 안 된 20대 국회에서 ‘황당 규제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관심 끌기에 급급한 나머지 실현 가능성은 뒷전에 두고 ‘묻지마 법안’ 발의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채용 면접시험에 응시하는 청년 미취업자에게 기업이 면접비용을 지급하게 하는 ‘청년고용촉진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기관장, 기업의 사업주가 면접에 응시하는 청년에게 면접비용 지급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재계 관계자는 “면접시험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면 기업은 면접시험 대상자를 줄일 것”이라며 “청년 고용을 늘리겠다는 법안이 오히려 청년층을 옥죄는 규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당 법안 발의는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 피?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는 전화,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명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이다.
근로자의 사생활을 보호하자는 취지지만 정치권에서조차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의원도 밤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보좌관, 비서관에게 전화나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하기 일쑤인데 법이 시행된다 한들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최고임금법 제정안’은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층을 겨냥한 것이다. 심 의원이 ‘살찐 고양이법’이라 칭한 이 법은 최고임금을 최저임금의 30배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현행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최고 연봉은 4억5000만원을 넘어선 안 된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임금의 최고 수준을 제한하는 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해외 업체가 높은 연봉으로 국내 기업의 우수 인재 영입에 나서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진흥법 개정안은 극장에서 광고 또는 영화 예고편 상영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극장 입장권에 명시한 영화 시작 시간 이후 광고나 예고편을 상영하면 과태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