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배 크기 '엘라스토머' 공장 증설
충남 대산공장에 4000억 투자
자동차 범퍼·신발 흡수층 등에 사용
전세계 4곳만 만드는 고부가 제품
완공 땐 연산 9만t→29만t
"사업 고도화로 중국 추격 따돌릴 것"
[ 도병욱 기자 ]
LG화학이 국내 최대 규모의 엘라스토머(elastomer) 공장을 짓는다. 화학업계 후발주자들이 범용제품 시장을 침범하기 시작하자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에 더욱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LG화학은 엘라스토머 생산량 세계 3위 회사가 된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4000억원 투자
LG화학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18년까지 충남 대산공장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엘라스토머 공장을 증설하기로 의결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새 공장은 축구장 8배 크기인 약 5만9400㎡ 규모로 세워진다. 엘라스토머 생산시설 가운데는 국내 최대 규모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고부가가치 합성수지다. 플라스틱이지만 고무처럼 탄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성질 때문에 자동차 범퍼와 탁?흡수층, 기능성 필름, 전선케이블 피복재, 건물 방음재 등에 사용된다.
증설이 완료되면 LG화학의 엘라스토머 생산량은 현재 연 9만t에서 2018년 연 29만t으로 늘어난다. LG화학은 다우케미칼과 엑슨모빌에 이어 엘라스토머 생산량 세계 3위 회사가 된다.
LG화학이 엘라스토머 생산량을 3배 이상으로 늘리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중국은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2012년 70.7%에서 2014년 79.1%로 높이는 등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2017년에는 83.1%까지 끌어올릴 전망이다. 중국 화학회사들도 생산할 수 있는 범용제품으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앞서 전남 여수공장에 기저귀 원료로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 생산시설을 증설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증설을 통해 LG화학의 SAP 생산능력은 연 36만t으로 늘어났다. 세계 4위 규모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석유화학의 전통적인 사이클이 후발주자들의 등장에 붕괴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기술 격차가 큰 고부가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옥동 기초소재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엘라스토머 대규모 증설 투자는 LG화학이 향후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세계적인 소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4개사만 만드는 엘라스토머
LG화학이 미래 먹거리로 엘라스토머를 선택한 것은 시장의 성장성과 진입장벽 때문이다. 석 ???전문 시장조사업체 CMR은 지난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엘라스토머 시장이 2020년에는 약 3조5000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년간 약 46%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경량화에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공급량은 쉽게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엘라스토머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해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엘라스토머는 LG화학과 다우케미칼, 엑슨모빌, 미쓰이화학만이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엘라스토머를 제작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원료 생산 기술, 촉매 기술, 최종 제품 생산 기술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메탈로센계 촉매를 활용해 충격 강도와 수축률 등의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품질이 뛰어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고객사들로부터 자동차 경량화 소재를 만드는 데 최고의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 엘라스토머
elastomer. 탄성을 가진 플라스틱 소재. 힘을 가했을 때 늘어나는 고무의 장점과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플라스틱의 장점을 모두 갖춘 고부가 합성수지다. 자동차용 범퍼나 건물 방음재 등에 사용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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