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울 유통·물류단지 재개발 시범사업지 3곳 선정
신정동 트럭터미널은 서부T&D가 재개발 나서
양재 파이시티는 하림이 복합타운 조성
[ 홍선표 기자 ]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시흥동 시흥산업용재 유통센터 단지 정문.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 남쪽으로는 강남순환고속도로로 둘러싸인 유통단지 안으로 들어서자 3층 높이 건물 37개 동이 들어선 12만여㎡ 넓이의 대형 상가가 나타났다. 화물트럭들이 분주히 오가며 각종 전동공구와 건축자재, 조명기기 등을 싣고 내렸다. 그러나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대부분의 도로는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아 가게 한 곳이 짐을 내리고 싣는 동안 다른 트럭들은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동행한 서울 금천구청 관계자는 “1987년 조성된 상가다 보니 건물이 낡고 제대로 된 지원시설이 적은 편”이라며 “이곳 재개발 마스터플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시흥동(시흥산업용재 유통센터), 신정동(서부트럭터미널), 양재동(한국트럭터미널) 등 서울 시내 노후 물류터미널 ?유통단지 재개발에 시동이 걸렸다. 국토교통부도 지난달 이들 세 곳을 서울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물류·상업·업무·주거복합단지로 재개발할 수 있게 허용했다.
수십년간 도매 물류·유통 중심지 역할을 해 온 이 단지들은 광역교통망이 발달된 입지에 들어서 있고 대지 면적도 8만~15만㎡에 달해 개발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다.
시범사업지 선정 발표가 나온 뒤 관할 자치구와 토지 소유자를 중심으로 개발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 본격화됐다. 1300여명의 구분 소유자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시흥유통상가(대지면적 12만5654㎡)에선 일부 소유자를 중심으로 재개발 추진 모임이 결성돼 활동 중이다.
일부는 지난해부터 건축설계사무소에 용역을 맡겨 이 일대를 물류·업무·주거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초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에 주민제안형 사업으로 해당 안건을 제출했으나 임차 상인들의 이주·지원대책을 보강해야 한다는 서울시 의견에 따라 반려됐다. 상가 소유자와 2000여명 임차상인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송형준 시흥유통진흥사업협동조합 고문은 “국토부 시범사업 단지 선정으로 재개발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돼 재개발 추진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할 구청인 금천구청도 시흥유통상가 재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유통상가 개발을 통해 인근 시흥대로와 맞닿은 저층 상업지역까지 동시에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시범단지 선정을 신청하며 유통상가뿐 아니라 주변 상업지역 3만여㎡ 대지까지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지로 포함시킨 상태다.
차성수 금천구청장은 “시흥유통상가는 서울 시내 대표적 산업단지인 G밸리와도 인접해 물류 수요도 많은 편”이라며 “직주근접형 물류단지로 조성할 경우 일자리 파급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신정동 서부트럭터미널과 양재동 한국트럭터미널은 소유자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돼 사업 추진이 더 빠를 전망이다. 서부트럭터미널(대지면적 9만8895㎡)은 부동산개발업체 서부T&D가 소유하고 있다.
한때 물류유통단지 파이시티 개발 사업이 추진된 한국트럭터미널(대지면적 8만6002㎡)은 지난 4월 하림 계열사인 NS홈쇼핑이 4500여억원을 주고 인수한 뒤 복합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도시첨단물류단지 사업은 낙후된 도심 내 물류단지를 물류산업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복합단지로 바꾸는 게 핵심이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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