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자금 한달새 15조 증가
1분기 설비투자 7.4% 감소
[ 김유미 기자 ]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단기 부동자금이 950조원을 넘어섰다. 통화 완화 정책으로 풀린 돈이 정작 소비와 투자로는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단기 부동자금은 한 달 전보다 15조1398억원 늘어난 958조9937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단기 부동자금이란 장기 투자에 묶여 있지 않아 언제든 다른 투자처로 이동할 수 있는 돈이다. 현금과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단기 부동자금은 2008~2012년 600조원대에 머물다가 2013년 700조원을 돌파한 뒤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137조원 급증하며 증가율이 17.2%에 달했다.
이 가운데 현금은 80조1294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은 454조3345억원, 요구불예금은 188조5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머니마켓펀드(MMF·69조9980억원), 양도성예금증서(CD·20조1996억원), 종합자산관리계좌(CMA·44조3670억원) 등에도 많은 단기 자금이 흘러들었다.
한은이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씩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다. 통 ?置?중 하나인 M2(광의통화)는 5월 2312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 행진을 계속했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회복세와 거리가 멀다.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7.4%, 민간소비는 0.2% 감소했다.
넘쳐나는 자금이 소비와 투자로 흘러가지 않고 대기성 자금으로 머무는 ‘유동성 함정’ 우려도 높다. 시중 자금이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통화 승수는 5월 17.0배로,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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