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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맞은 한의학] 세계 대체의학 시장 커지는데…과학화 뒤진 한의원 폐업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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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치료 불만" 34%
한의사마다 치료법 제각각…폐업률 2년새 11%P '껑충'

의사 반대로 과학화 막혀
"의료기기 활용 못해 한방효과 객관화 한계"

양·한방 협진도 지지부진
"10년 뒤 국내 암환자 미국서 협진치료 받을 수도"



[ 이지현 기자 ]
경희대 한방병원이 한방병상을 축소키로 한 것은 국내 한의학의 몰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의료업계 진단이다. 한약 수요 위축, 한의약 과학화 소홀, 서양 의학 중심의 의료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한의원 폐업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찬밥신세’로 전락한 한의학이지만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에서는 역할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선 양·한방 협진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만 세계 흐름과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약 시장 무너지며 침체 맞아

국내 한방 의료기관 폐업률은 2013년 68.4%에서 2014년 70.3%, 지난해 79.3%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양방 의료기관 폐업률이 같은 기간 79.8%, 68.9%, 70.6%로 낮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올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1~4월 문을 닫은 한방 의료기관은 353개로 문을 연 한방의료기관 숫자(298개)를 넘어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올 들어 서울 등 도시 지역 한방의료기관 폐업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한의계가 위기를 맞은 원인으로는 비아그라와 홍삼이 꼽힌다. 1999년 10월 화이자가 남성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국내에 판매하면서 한의원 한약 매출이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한약을 먹던 고객층이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으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과학화 지연도 악영향

한의학의 위기를 한의사들이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백만원짜리 한약을 팔아 큰 수익을 올리던 한의사들이 한방의료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한의약 과학화 등에 게을리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국내 한방의료기관 실태조사 결과 한방진료 이용자의 34%는 한의사마다 다른 치료방법에 불만을 제기했다. 국내 한의약 관련 표준지침은 15종류에 불과하다. 의료분야 표준지침이 100여 종류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의료비 부담이 큰 것도 한의원이 외면받는 요인이다. 전체 의료비 중 환자가 내야 하는 비급여 본인부담률은 동네의원이 18.4%인 데 비해 한의원은 30.7%로 높다.

한의계는 한방 과학화를 위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허용, 한방의료기관 보험 급여 확대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밥그릇을 뺏길 것을 우려한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한방병원 원장은 “한의학의 과학적 효과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기 등을 활용해 객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데 이 같은 수단이 모두 막혀 있다”고 하소연했다.

○미국 등에선 양·한방 협진 확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898억달러 규모이던 세계 보완대체의학 시장은 2015년 1141억8000만달러로 커졌고 2020년엔 1542억74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의료비 부담이 증가하면서 미국, 유럽 등 각국에서 보완대체의학 비중을 높이고 있어서다.

보완대체의학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을 세우는 나라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통의약의 효과성에 주목해 ‘전통의학전략 2014~2020’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병원, 엠디 앤더슨 암센터, 메모리얼 슬론-케터링 암센터 등은 양·한방 협진 진료를 늘리고 있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암 치료를 할 때 양·한방 협진의 효과는 세계적으로 증명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10년 뒤 한국 암환자가 양·한방 협진 치료를 받으러 미국에 가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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