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라오스는 '무덤덤'
[ 박종서 기자 ]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로 또다시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을 둘러싼 10개 회원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문제를 놓고 한 번도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회원국 간 입장차가 커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PCA로 끌고 간 필리핀은 베트남과 함께 아세안 차원의 공동 대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반면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은 중국 입장을 지지하며 분쟁 당사국 간 해결을 주장했다.
지난달 아세안은 중국과의 외교장관특별회의에서 남중국해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겨냥한 성명을 발표했다. “신뢰와 확신을 무너뜨리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최근 상황에 깊이 우려한다”고 했지만 결국 철회했다. 이 소동 이후 아세안 회원국들은 각자 성명을 내기로 했다. 성명을 발표한 회원국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싱가포르뿐이었다.
2012년 7월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도 아세안 회원국들은 공동성명 문안을 놓고 폐막일까지 나흘간 머리를 맞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아세안 출범 이후 내분으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첫 사례였다.
이번 PCA 판결에 대한 반응도 큰 차이가 난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회원국의 승전보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화교 자본이 경제를 지배하는 말레이시아는 중국 비판을 자제하고 있다. 중국과 어업권 분쟁을 겪는 나투나제도에 군사기지를 확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반(反)중국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 전문가들은 PCA 판결을 계기로 미국이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남중국해에서 군사작전을 확대하는 등 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 아세안 내부 균열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한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오는 26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개막하는 23차 ARF에서 다시 한 번 남중국해 문제 공조를 두고 시험대에 오른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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