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
호주 여행 중에 있던 일이다. 새벽 2시에 택시를 타고 가는데 횡단보도 신호에 걸렸다. 횡단보도를 건너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택시는 정지선에 멈춰 섰다. 칼같이 신호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같은 상황이 한국에서 연출됐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오는 28일부터 보복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정지 및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최근 보복운전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폭행 등 형사처분만 받던 보복운전자의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위법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에 찬성한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교통법규 위반에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 당사자는 둘째치고 아무런 죄 없는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다. 하지만 한국의 음주운전 사망사고는 대부분 징역 1년 안팎의 낮은 형량이 내려지며 이마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실제 실형 선고는 30%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은 교통사고 다발 국가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중 교통사고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교통법규 위반에는 매우 관대하다. 한국에서는 신호나 속도를 위반했을 때 각각 6만원 정도의 범칙금만 내면 된다. 다른 나라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호주에서는 50만원, 영국에서는 25만원, 미국에서는 23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특히 호주는 교통법규 실천이 생활화돼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에서 한국처럼 운전하면 범칙금 때문에 살림이 거덜난다는 얘기가 있다. 법이 무서워 법규를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호주의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는 0.8명으로 한국 사망자 수 2.4명의 3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도 선진국 수준으로 교통 범칙금을 높이고 음주운전 등 사망사고에 대해 형벌을 높이는 게 어떨까. 국민 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형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속도위반 100만원, 신호위반 100만원이라면 어떨까. 법규를 잘 지킨다면 벌금이 얼마가 되든 상관없지 않은가. 국민의 생명, 가족의 생명 그리고 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작은 법규 하나, 나아가 기본을 지키는 생활이 습관화돼야 한다.
김영식 < 천호식품 회장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