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수사 한달
사상 최대규모 압수수색에도 수사 진행 상황은 답보상태
압수물 분석·실무자 조사…구체적 물증 확보에 주력
[ 박한신 / 고윤상 기자 ] 지난달 10일 대규모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가 한 달째를 맞고 있다. 통상 3~4개월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기업 수사에서 압수수색 후 한 달은 수사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분수령’인 만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에 관심이 쏠린다. 사상 최대 규모이던 두 차례 압수수색에 비춰보면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5위 대기업에 대한 수사인 만큼 검찰이 ‘기초’를 탄탄히 다지면서 가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조용해진 롯데 수사
검찰의 롯데그룹 수사는 대형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다. 1차 압수수색에 서울중앙지검 전체 수사인력의 약 4분의 1인 240여명이 동원됐다. 나흘 뒤 10개 계열사를 비롯해 15곳을 대상으로 한 2차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자택과 집무실도 대상에 포함됐다. 검찰의 수사 강도가 전에 없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시 전망에 비춰보면 한 달 가까이 지난 현재 수사가 다소 지지부진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적지 않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 직후인 지난달 13일 “신 회장이 계열사 등으로부터 연 2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며 “자료를 검토하면 돈의 성격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 자금의 성격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7일 “아직 자금이 오고간 내역이 집계되지 않았다”며 “명확하게 클리어(확인)된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롯데 측은 이 돈이 정당한 급여와 배당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롯데 측 자료 제출에 의존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말 롯데케미칼이 일본 롯데물산에 지급한 수수료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검찰 관계자는 “해당 자료가 확보되지 않으면 혐의 입증이 힘들 수도 있다”며 “신 회장의 의지만 있으면 제출할 수 있는 자료”라고 롯데 측을 압박했다. 검찰은 지난 4일 일본과의 사법 공조를 요청하는 문서를 법무부에 제출했다.
롯데 수사가 비교적 조용하게 흘러가는 데 대해 검찰이 ‘정공법’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표가 나지 않는’ 작업인 압수물 분석과 실무자 조사를 탄탄하게 진행해야 향후 핵심 인물 수사가 원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이 오너 일가의 책임을 확실히 규명하기 위해 실무자 소환 단 翁壙?신경 써 조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 소환은 언제?
수사가 한 달을 맞은 데다 신 회장이 26일 만에 해외 출장을 끝내고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향후 수사는 신 회장의 책임을 밝히려는 검찰의 칼끝과 신 회장을 지키려는 롯데 측 방패 간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 소환 일정에 대해 “아직 이른 얘기”라고 말했다. 2013년 CJ 수사와 비교하면 조심스러운 행보다. 2013년 5월19일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CJ 수사에서 이재현 회장은 35일 만인 6월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그해 7월18일 이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롯데와 기업 규모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압수수색부터 오너 기소까지 두 달이 걸렸다.
이인원 롯데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과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 등 신 회장 측근 조사 시기가 신 회장 소환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신 회장의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롯데면세점 입점을 도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7일 구속됐다. 롯데 수사 시작 후 오너 일가 중 첫 구속이다.
박한신/고윤상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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