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으려 '초강수' 택했지만
정치판 바꾼다는 '새정치' 타격
측근 연루로 입지 약화 불가피
중도층 중심 새판짜기 가능성도
[ 홍영식 기자 ] “정치판을 뒤엎겠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월2일 창당식 때 대표 수락연설을 하면서 기존 정치를 ‘구정치’로 몰아세우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민의당에, 이번 선거(4·13 총선)에 모든 것을 걸겠다. 온몸이 부서져라 하고 뛰겠다”고 말했다. 또 “2016년 한국 정치판을 바꾸는 혁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어금니를 꽉 다문 채 정치혁명을 얘기해 ‘강철수’라는 별칭이 나왔다. 이전의 ‘철수 정치’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4·13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은 안 대표의 대권 가도에 큰 장애물이 됐다. 29일 대표직 사퇴로 그는 결과적으로 다섯 번째 ‘철수 정치’라는 오명을 남겼다.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2013년 신당 창당 포기,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사퇴, 지난해 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에 이은 것이다.
리베이트 파동은 안 대표가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내세워 온 ‘새 정치’와 정면 배치된다. 구정치의 악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정치판을 뒤엎겠다고 한 그의 발언은 허언(虛言)이 됐고, 그 자신이 되치기당한 꼴이 됐다.
주목되는 부분은 사퇴 이후 안 대표 행보다. 연말 전당대회 때 대표에서 물러나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사태를 방치하면 되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 수 있었던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직까지 던지면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2보 전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대선가도에 비상이 걸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당내에서는 안철수계와 호남계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리베이트 사태는 안 대표 측근들이 연루됐다. 국민의당 지역구 의원 25명 가운데 호남 출신이 23명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의 당내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 대표가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와 영·호남을 아우르는 중도층 중심의 ‘새판 짜기’를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한국경제 & hankyu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