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과 영국 런던을 잇따라 방문했다. 그는 브뤼셀에서 EU 관계자들과 만나 “양국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침착하지 못해서도, 보복적인 전제를 깔고 일을 시작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런던에선 “브렉시트가 EU의 불안과 미·영 동맹관계의 균열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에 대한 미국의 다급한 우려가 느껴진다. 그러나 영국과 EU 모두 케리를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영국에선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강한 불만들을 쏟아내고 있다.
오바마는 집권 이후 EU 조직의 비대화와 관료화에 주목하지 않았다. EU의 개혁을 촉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EU의 에너지나 환경 규제 정책을 반겼다. 20년 전 WTO 출범과정에서 보호무역의 기반을 고집하던 EU와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던 미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8년간의 오바마 외교정책을 “EU에 대한 사실상의 디폴트”라고 꼬집고 있다. “오바마는 EU와 같은 초국가적 기구가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고도 비판했다.
오바마는 특히 영국에 대해선 그다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난 5월 런던 연설에서 “영국이 EU 탈퇴를 선언하면 미국과의 통상협정 체결에서 맨 마지막줄에 서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나이절 페라지 영국 독립당 대표가 “오바마의 이런 발언이 결정적으로 영국인들을 브렉시트로 이끌었다”고 주장할 만큼 그는 영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오바마의 대(對)시리아 정책이야말로 브렉시트를 낳게 한 근본 원인이었다. 그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급기야 미 국무부의 중견 외교관 51명이 시리아의 독재정권을 방치한다며 오바마에게 집단 항명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미온적인 중동정책이 난민을 만들어 내고 난민들은 독일과 영국에 밀어닥쳤다. 브렉시트는 EU와 중동 정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기존 정책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오바마의 방임적 외교는 트럼프에게서 더욱 강화된 고립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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