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묶음상품 구성 가능
가격 올릴땐 사전승인 받아야
[ 이호기 기자 ]
다음달 중으로 인터넷방송(IP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시청자가 특정 시간과 콘텐츠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주문형 비디오(VOD)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각 유료방송 사업자가 자유롭게 묶음 상품을 구성해 다양한 시청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취지에서다. 정부는 당분간 요금을 내릴 때만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각 방송사 간 VOD 가격 인하 경쟁이 촉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관련법 개정안에 따라 유료방송 서비스 중 VOD와 유료 채널, 부가서비스 등 선택형 상품에 대한 요금 규제를 기존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완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선택형 상품은 유료방송 사업자가 정부에 신고만 하면 요금제를 자유롭게 정해 내놓을 수 있다. 그동안 일괄적으로 영화 1만원, TV 다시보기 1000~1500원 수준이던 VOD 가격도 사업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VOD를 비롯해 유료 채널이나 게임 만화 등 방송 부가서비스를 출시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다. 다만 VOD는 요금을 인하할 때에만 신고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상 시에는 기존대로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래부 측은 “유료채널과 부가서비스는 요금이 인상된 사례가 없고 현실적으로 인상될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전면적인 신고제를 시행하더라도 문제가 없지만 VOD는 사정이 다르다”며 “(신고제 전환에 따라) 실질적으로 요금 인상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요금 인하에 한해 신고제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VOD의 전면 신고제 전환은 실제 시행 결과에 따라 추가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신고제 전환은 다음달 7일 통신사들이 운영하고 있는 IPTV부터 시행한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다음달 28일부터다. 동일한 내용이지만 지난해 국회에서 IPTV법과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시기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미래부 측은 설명했다. 미래부는 이번 조치에 따라 유료방송 선택형 상품이 출시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30일에서 7일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VOD 가격 인하 경쟁이 전개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유료 VOD 매출은 매년 20%대의 고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유료방송 상품의 주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미래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유료 VOD 매출은 2013년 4503억원에서 2014년 5408억원으로 20.1% 늘었다. 지난해에도 6302억원으로 16.5% 증가했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VOD 요금 인하가 자유로워졌지만 각 사업자가 초반부터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패키지 상품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 전략적인 마케팅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신고제 전환으로 VOD 가격이 떨어지기보다 소비자 편의성이 높아지는 쪽으로 변할 것”이라며 “업계에서 서로의 동향을 살피며 차별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VOD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퓨처마켓인사이트(FMI)에 따르면 글로벌 VOD 시장 규모는 2014년 2070억달러에서 올해 2630억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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