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원로에게 듣는다
[ 김병일 기자 ] 황주명 변호사(사진)가 지난 4월 법무법인 충정의 회장직으로 복귀했다. 만 70세를 맞아 2009년 은퇴한 지 7년 만이다. 1961년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그는 판사, 대우그룹 사내변호사를 지낸 뒤 1993년 법무법인 충정을 세웠다. 충정을 국제적 로펌으로 키운 뒤 미련없이 떠났지만 충정은 아직 그가 필요했고, 법조계도 원로가 아쉬운 때였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태평로 사무실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시간 가까운 인터뷰에서 법조계 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소신을 밝혔다.
▷법률시장이 3단계로 개방됩니다.
“시장을 더 열어야 합니다. 외국 로펌과 제대로 경쟁해야 전관예우도 없어지고 선진 법률문화도 받아들일 것 아닙니까. 영국도 시장 개방으로 미국 로펌이 들어오면 다 죽는 줄 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로펌들이 들어가 파이(시장규모)를 키웠고, 지금은 영국 로펌들이 세계 최대 로펌이 됐어요. 1990년대 외국 제약사들이 국내로 들어올 때도 걱정이 많았습니다.”
▷전관변호사 문제 ?많습니다.
“얼마 전 외국 기업 의뢰인이 ‘조세소송을 하려고 하는데 행정법원 출신이 있느냐’고 해서 우린 없다고 했어요. 외국 기업도 한국의 전관문화를 알 정도가 돼버린 겁니다. 법원에 있을 때 동료 판사 출신 변호사가 와서 ‘그거 안 되면 변호사 못 해, 봐줘’라고 부탁하는 게 참 보기 싫었어요. 그런 거 하기 싫어서 법복을 벗은 뒤 바로 기업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법조계는 수십년 동안 하나도 바뀐 것이 없는 무풍지대입니다. ‘판검사 때 잘했으니까 변호사가 돼서 돈 버는 것이 당연하지’라고 생각들 하는 것 같은데 오산입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많이 뽑았다고 들었습니다.
“10명을 뽑았는데 5월부터 근무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별로 안 뽑았어요. 소문이 났는지 올해 160명의 로스쿨 학생이 인턴을 신청했어요. 작년에는 2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 중에서 30명을 뽑아 8월부터 교육할 겁니다. 저는 로스쿨생들에게 ‘돈 벌려면 우리 로펌에 오지 마라, 그러나 키워는 주겠다’고 얘기합니다. 변호사들에게는 소송에 너무 목매지 말라고 합니다. 힘들더라도 미국 같은 외국 로펌에 가서 배우고, 국제기구도 가라고 권합니다. 자동차 면허증 같은 것 땄다고 생각해야지 변호사 자격증을 평생 자격증으로 알면 안 됩니다. 이미 그런 시대가 왔는데 법조인들만 못 느끼고 있습니다.
”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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