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투자 '머뭇'
자기자본비율도 40%로 최고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상장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작년 말 109조엔(약 1100조원)으로 1년 만에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기업들이 실적 개선 덕분에 현금은 늘었지만 경기 불확실성 탓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상장사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14년 말 사상 처음으로 100조엔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이보다 2% 불어난 109조엔에 달했다. 금융업종과 일본우정그룹 지주회사인 일본우정을 제외한 전체 상장기업의 현·예금과 단기보유 유가증권 등을 집계한 결과다.
총자산 중에서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인 자기자본비율도 작년 말 39.6%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보유 중인 자금이 부채보다 많은 실질적 무차입기업은 1900개사를 넘어 전체 상장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6.1%로 높아졌다. 스마트폰 부품 신장에 힘입은 일본전산은 지난해 순현금이 전년 대비 51억엔 증가해 6년 만에 무차입경영에 재진입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은 엔화 약세와 사업 재편으로 실적이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일본 상장사들은 2013회계연도 이후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했다. 2015회계연도는 4년 만에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이익 수준이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신흥국 등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 기업 설비투자는 작년 2분기(-1.2%)에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0.7% 감소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것을 유도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기업들도 자금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이후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졌고, 시중은행들은 기업 보통예금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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