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세먼지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의 불안이 줄기는커녕 오히려 커지는 양상이다. 미세먼지 예보를 거의 매일 확인하고 창문 개폐와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결정하는 게 이제는 일상이 돼버렸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률이 2060년에는 OECD 1위가 될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경고까지 나왔다.
한국의 미세먼지는 시시각각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할까.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PM10 기준) 농도는 지난 10여년간 괄목상대하게 줄었다. 2002년 76㎎/㎥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46㎎/㎥로 40%나 감소했다. 이 자료가 정확하다면 과거에 마스크를 끼던 사람도 최근에는 벗는 게 옳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다. 체감 미세먼지와 측정치 간의 이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환경부의 답변은 황사 빈발로 가시거리가 줄어 미세먼지가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 물질로 지정해 불안감이 커졌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과거 하얀 셔츠를 하루만 입어도 목 주변이 검게 됐으나 요즘엔 안 그런 것만 봐도 대기 질은 개선됐다고 한다. 하지만 환경부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정부가 수치를 속이고 있으며 베이징보다 서울의 공기오염이 훨씬 심하다는 루머가 떠도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억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스스로 불안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이제는 희대의 사기극처럼 돼버린 ‘클린 디젤’ 정책 오류를 덮기 위해 하루아침에 ‘디젤차=미세먼지 주범’으로 몰면서 미세먼지 공포를 조장한 게 환경부다. 고등어까지 등장시켜 소동을 벌였으니 누가 미세먼지가 줄었다는 걸 믿겠나.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 미세먼지가 줄었다면 국민을 안심시킬, 좀 더 적극적인 대(對)국민 홍보도 필요하다. 그게 아니라면 솔직히 사과하고 알릴 건 알려야 한다. 우왕좌왕하다가 대통령 지시가 떨어지자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듯, 별 내용도 없는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내놓는 식으론 부족하다.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