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동안 21% 인하
[ 안대규 기자 ]
현대상선이 3년 반 동안 지급해야 할 용선료 2조5000억원 가운데 21%인 5300억원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상선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이 외국 컨테이너선주들과 용선료의 20%, 벌크선주들과 25% 수준의 용선료 인하에 합의했다”며 “3년 반 동안 용선료의 평균 21% 수준을 낮추게 됐다”고 10일 발표했다.
▶본지 6월10일자 A1, 15면 참조
지난 2월 말 용선료 인하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3개월 반 만에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외국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분 가운데 일부는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2022년부터 5년간 장기 채권으로 나눠 받는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함에 따라 경영정상화를 위해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과제만 남게 틈?
해운업계에선 용선료 협상 성공 배경으로 △전문가 협상팀의 협상력 △선주들이 출자전환 주식을 곧바로 매각할 수 있도록 ‘록업(lock up) 규제’를 푼 것 △정부의 측면 지원 등을 꼽았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운업 역사상 한 해운사가 수십 개의 외국 선주를 상대로 한꺼번에 용선료를 조정하는 협상은 처음”이라며 “협상팀이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협상팀에는 미국 채무 조정 전문회사인 밀스타인의 마크 워커 변호사와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 김충현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CFO·상무)가 참여했다. 워커 변호사는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한국의 외채 협상단 법률 고문을 맡아 250억달러 규모의 단기 외채 상환을 유예받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막판까지 용선료 협상에 반대해 온 영국 선주 조디악을 설득하기 위해 영국 본사에 상주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현대상선이 외국 선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용선료 인하 분으로 받게 되는 주식을 바로 팔 수 있도록 록업 규제를 피한 것도 영향이 컸다. 현대상선은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해 발생하는 실권주를 다시 유상증자하는 방식으로 이 규제를 피했다.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사전 협의도 거쳤다. 이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2013년 STX그룹의 사채권자집회 때 활용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정부의 벼랑 끝 전술도 통했다. 지난 4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이 안 되면 법정관리 처리하겠다”고 발언해 외국 선주들을 긴장시켰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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