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금리인하 왜?
(1) 정부 구조조정에 화답
대량 실업 등 내수 충격 선제적 대응 필요
(2) 미국 금리인상 연기 조짐에 결단
고용쇼크로 옐런 주춤…최적 타이밍 판단
(3) 물가목표도 고민
물가 0%대 지속…'디플레 파이터' 변신
(4) 소통은 충분했나
만장일치 동결 한달 만에 급선회 '예상밖'
[ 김유미/심성미 기자 ]
9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는 예상 밖이었다.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며칠 전부터 금리 인하에 베팅하긴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예상은 거꾸로 한은엔 금리 인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달 만에 금리 동결에서 인하로 180도 입장을 바꾼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것도 소수의견 없는 만장일치였다.
(1) 구조조정에 화답했나
지난달까지 한은의 이슈는 금리 인하보다 구조조정이었다. 조선·해운 부실 처리를 위해 정부는 한은에 국책은행 자본 확충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발권력 동원 논란 끝에 정부와 한은은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 설립안을 만들었다. 기업의 자구노력까지 포함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이 발표됐다. 금통위 하루 전인 8일이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만큼 한은이 (금리 인하로) 충격을 줄이기 위한 거시여건의 판을 깔아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인력은 2018년까지 30% 이상 줄어든다.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가 충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구조조정이 직접적인 고려 요인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소비 고용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정부에 늘 등 떠밀리던 한은이 이번엔 주도권을 쥐고자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 총재는 “성장 잠재력을 위해선 통화정책 외에 재정정책과 구조개혁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오히려 정부를 압박했다.
(2) 미 금리 향방이 방아쇠였나
물론 구조조정 ‘공조’ 이유만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할 수는 없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미국 금리 인상이 이르면 이달 단행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글로벌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다음달에나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미 금리 인상론이 주춤해졌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기자들이 “언제 금리 인하를 생각했느냐”고 묻자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 자금 유출의 우려를 던 만큼 이때를 금리 인하의 호 綏?삼았다는 의미다.
(3) 물가목표 고민했나
국내 상황만 보면 금리 인하가 아주 빠른 것도 아니다. 1분기 성장률이 0.5%에 그친 데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8%로 하락했다. 한은의 물가목표치(2.0%)에 훨씬 못 미친다. 이달까지 6개월째 목표를 밑돌면 한은은 사상 처음으로 대국민 설명에 나서야 한다.
‘디플레이션’(저물가 지속) 국면에서 한은이 소극적이란 비판도 많았다. 금통위 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경이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에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근접하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총재가 ‘디플레 파이터’로 변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금통위 1주일 전 열린 경제동향점검회의 때 수출지표 악화 등이 우려되면서 금통위 분위기가 (완화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4) 소통 충분했나
한은의 금리 인하 신호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달 전 금리 동결이 만장일치로 이뤄져 이번 인하가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달엔 금리를 동결하되 소수의견(인하 주장)이 등장해 금리 인하 여지를 열어둘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총재는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선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절감한다”며 “과거에도 금리 인하 여지는 있다고 밝혀왔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조속한 금리 인하’ 주장이 담긴 것으로 밝혀지면서 채권 금리는 꾸준히 하락했다. 뮨?가능한 통화정책을 펴겠다던 이 총재의 약속이 매번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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