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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의 데스크 시각] 베조스가 한국서 사업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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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장자(莊子)의 대붕(大鵬)은 한 번 날갯짓으로 물결이 3000리나 튀고, 9만리를 난다고 했다. 중국전력망공사가 대붕 못지않은 프로젝트를 내놨다. 류첸야 회장은 북극의 강풍, 적도의 뜨거운 태양빛과 열로 전기를 생산해 각국에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인터넷망처럼 글로벌 전력망을 구축하면 가능하다고 했다. 2050년까지 50조달러에 이르는 투자 비용도 추산했다. 미국과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한 것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 3월 말 중국전력망공사가 주최한 베이징 국제심포지엄에서였다. 신사업 투자 귀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그 자리에 참석해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우주까지 뻗는 상상력

망원경 성능을 계속 높여 가는 것보다 탐사선을 띄워 직접 달에 가보는 것이 달을 더 잘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불가능해 보이는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는 획기적 혁신을 달 탐사에 빗대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이라고 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가 상상한 프런티어가 그랬다. 달의 경계를 뛰어넘는 우주여행이다. 그는 18세 때부터 우주호텔을 짓고 우주여행하는 꿈을 키웠다. 블루오리진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재활용 로켓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엔 베조스와 같은 유(類)의 문샷 싱커(moonshot thinker)가 또 있다.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모터스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다. 자회사 스페이스X가 재활용 로켓실험을 거듭한 끝에 성공하자 머스크는 자신감이 붙었다. 9년 내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겠다고 지난주 호언했다.

상상만 한다고 현실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리스크를 감내할 확고한 신념과 우직한 집념이 필요조건이다. 베조스는 적자를 감수하며 우주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후세대가 우주여행산업에서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게 기반을 닦아주고 싶다”고 했다.

45세의 머스크는 괴짜 소리를 들을지라도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왔다. ‘지구적’ 저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우지만 미래 가능성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이들의 ‘우주 기업가적’ 상상력이 인류를 가슴 벅차게 한다.

기업가 알아보는 상상력 중요

한국엔 류 회장, 베조스, 머스크의 상상력을 가진 창업자나 기업가가 없을까. 한국인은 원래 상상력의 크기가 작은 걸까. 머스크와 동갑인 어느 꿈 많은 벤처 기업인이 열변을 토했다. “상상력이 뿌리내리고 뻗어 나갈 토양이나 되는지 현실을 보라”고.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국은 기업가의 상상력 그 자체보다는 이를 제대로 알아보고 지원해야 할 ‘기업가 주변’의 상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벤처투자자들은 리스크를 적극 감수하기보다 투자 안정성만 담보하려 한다. ‘된다’보다 ‘안 된다’며 제동을 거는 공무원들의 상상력도 빈곤하기 짝이 없다. 드론(무인항공기) 규제를 풀겠다고 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미국 중국과 달리 테스트할 내수 시장이 좁디좁은 한국이다. 해외 창업자와 기업가보다 수백 걸음 앞서 아이디어를 사업화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외국 후발 주자들에 따라잡히면 다음 먹거리로 재빨리 갈아탈 수 있어야 하고, 몇 년이나마 시장을 선점하는 ‘시간차 공격’이라도 맘껏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기업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상상력 발휘가 절실하다.

김홍열 국제부장 com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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