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시각
김창섭 <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
만나는 사람마다 “경기가 나쁘다”며 한숨을 쉰다. 언론에서도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 들어왔다. 2016년 ‘Forbes Global 2000’에서 한국전력공사(KEPCO)가 글로벌 100대 기업 순위에 최초로 진입함과 동시에 세계 전력사 중 1위를 달성했다는 뉴스였다. 기업의 매출, 순이익, 자산, 시장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포브스 평가에서 한국 공기업이 이런 성적을 낸 것은 그 의미가 크다.
한전은 국내 대표 에너지 공기업으로 송배전, 판매사업을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전기품질(정전시간 10.26분/호, 프랑스의 6분의 1 수준)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저렴한 요금 수준(일본의 2분의 1 수준)을 유지해왔다. 2008년 이후 요금 규제, 연료비 급등으로 재무적 어려움을 겪던 한전이 정부 공기업 정책을 이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적자를 탈피하고 내부 효율과 투명성을 높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적정 수준의 전기요금 원칙을 견지한 정부의 노력도 컸다.
그렇다면 앞으로 ‘글로벌 KEPCO’, ‘글로벌 KOREA’의 경쟁력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최근 정부는 부채 감축, 방만경영 시정 등 공공기관 정상화에 이어 역할 조정을 공공개혁의 핵심과제로 선택해 진행하고 있다. 이런 정책의 한 측면에는 공기업 간 유사·중복 기능을 일원화하고 경우에 따라 민간 기업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문에서는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를 제공해 우리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대체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경영 효율을 개선하고 경쟁력까지 확보한 공기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한전 또한 정부 정책 방향에서 예외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그 경쟁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은 한전에 대해서는 글로벌 유틸리티 1위 기업에 걸맞은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을 통해 본연의 기능을 100% 활용, 한국 에너지 산업 전반을 성장시킬 플래그십(旗艦)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문제가 있는 공기업은 당연히 기능 조정과 역할 축소, 퇴출도 필요하지만 우량 공기업에 대해서는 정책 지원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의 견인차로 삼아야 한다.
한전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글로벌 브랜드를 활용해 중소기업과 해외 시장에 함께 나가 수출을 견인하면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 국가 신성장동력인 ESS(에너지저장시스템), 스마트그리드, 마이크로 그리드, 신재생, 전기자동차 등 에너지 신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기업의 구조조정과 우리 기업의 체력 약화가 화두인 요즘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공기업이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은 잘 키우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미래 세대가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갖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기성세대가 해야 할 소명이자 시대정신(Zeitgeist)이다.
김창섭 <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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