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 대상 강연
[ 박종필 기자 ] “법은 처벌을 수반하는 강제력이다. 국회의원들의 입법이 넘쳐나면서 처벌 대상자도 늘어나고 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사진)은 1일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위기를 잘 알지 못하는 정치’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신중한 입법을 주문했다. 정 주필은 “개원 첫날 51건의 법안이 무절제하게 발의됐다”며 “법을 지나치게 양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은 새누리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초청으로 이뤄졌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매주 수요일 조찬 세미나를 열고 각계 인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고 있다.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정 주필의 강연에는 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17명 전원이 참석했다.
정 주필은 “정치인들이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을 올리는 입법을 하면 범법자를 양성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들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기준을 올리면 법을 위반하게 되는 고용주가 늘고, 이것이 고용을 꺼리게 하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 또 “시장원리를 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오고, 이를 막느라 예외조항을 두는 특별법이 양산되면서 입법 홍수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경제란 자신의 삶에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와 낙오자를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복지체계가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 주필은 “경제민주화는 관련 법들이 이미 많이 입법돼 있다”며 “경제 성장을 저해하거나 규제를 담고 있는 법도 많다. 어떤 법이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면 그 법을 폐지하는 것도 또 다른 입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제출한 법안도 법제사법위원회 심의 단계에서 멋대로 고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심사숙고해서 법을 만들어오면 이를 승인해주는 등 국회가 정부입법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종석 의원은 강의 뒤 기자와 만나 “노동시장과 구조조정 등 현안에 대한 명쾌한 강의였다”고 평가했다. 송희경 의원은 “입법이 능사가 아니라 기존 법들을 들여다보고 불필요한 법을 없애주거나 중복되는 법을 묶어주는 것도 국회가 할 일이라는 정 주필의 지적에 다들 공감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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