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 속 쌓이는 무역장벽
신흥국과 구상무역 방식 자원확보
동아시아 역내 공급망 구축도 중요이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는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경제는 막대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저금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제도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불안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 경제도 아베 정부의 대폭적인 양적 완화 정책에도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한 채 역풍을 맞고 있다. 대부분의 자원보유국 및 신흥국들 또한 깊은 경기침체 상태이며 중국 경제 역시 큰 폭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정도로 불안한 상태로 경착륙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글로벌 경제 침체 속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서 수출증대를 꾀하는 통화전쟁이 빚어지고 있다.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미국조차 차기 정권의 유력후보들까지 힘들게 합의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파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공화당의 트럼프는 이미 시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파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을 정도다.
세계 최대 무역국가인 중국은 설비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덤핑을 자행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을 통해 세계 경제는 점차 보호주의적 색채가 강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각국이 공통적으로 내수부족에 신음하고 있어 세계 경제는 이미 제로섬 게임도 아닌 마이너스 섬 게임에 빠져버렸고, 시간이 갈수록 보호무역주의 색채는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이런 보호무역주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가격 논리가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더라도 자국 산업의 필요를 충족시키려는 교역형태가 강화되는 경향이 짙어진다. 요컨대 자국에서 조달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한 자국에서 조달하고, 자국에서 조달이 어려운 것 중심으로 대외거래가 이뤄진다.
따라서 한국은 이들 국가의 산업구조 속으로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자원보유국과의 교역에서 그들 국가의 자원개발 과정 속으로 들어가 한국 경제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고, 그 대가로 산업구조상 그들 국가에는 부족하지만 한국에는 여력이 있는 제품이나 설비를 제공하는 식의 교역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구상무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구상무역 성격의 교역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산업구조를 면밀히 파악해 그들 경제와 우리 경제와의 보완관계를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교역 과정에서 양국 간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거나 양국 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채택한다면 교역을 훨씬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동아시아 차원의 공급망을 구축하면 이 지역 내에서 보 9タだ?높은 장벽을 뛰어넘는 교역활동이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각국의 비교우위를 최대한 살리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개별국가 단위의 공급망보다 더욱 강력한 공급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차원 공급망의 핵심 고리는 한국과 일본의 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좁은 국토와 빈약한 자원 등의 조건으로 볼 때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도 안정된 해외 시장을 필요로 한다. 또 동아시아 공급망은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시장메커니즘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한·일 두 나라의 주도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상의 논리는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인데, 이런 방향의 통상활동과 시장 메커니즘을 적절히 배합하면 한국 경제는 대외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l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leejy@hufs.ac.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