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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의 향기] 당신의 그 비밀스런 향기를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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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명품 향수 조 말론

취향대로 겹쳐 뿌려 만드는 '나만의 향' 언젠가 맡아본 듯 아닌 듯 '묘한 매력'



[ 전설리 기자 ]
조 말론 런던은 영국 고소득층이 즐겨 찾는 명품 향수 브랜드다. ‘영국에서 고급 주택가에 가고 싶다면 조 말론 런던 매장을 찾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명품 반열에 오른 비결은 품질이다. 최상의 성분만을 활용해 수제로 만든다.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 강렬하지 않고 은은한 향기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유지된다.

이야기를 입힌 향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말의 가죽 안장에 부딪히는 빗소리, 샹젤리제거리의 라임 나무, 디너 파티의 레드 드레스 등에서 영감을 얻어 향을 창작한 조향사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럴듯하다.

조 말론 런던은 ‘레이어링(겹쳐 입는) 향수’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기존 향수 시장에 없던 ‘프레그런스 컴바이닝(fragrance combining)’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 개 이상의 향수를 겹쳐 뿌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면 나만의 향을 만들 수 있다. 매장 직원은 ‘스타일리스트’라고 부른다. 스타일리스트는 조향사가 된 이용자가 두세 가지 종류의 향嗤?조합해 자신만의 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향수뿐만 아니라 양초 디퓨저 등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조 말론 런던은 국내 향수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어링 향수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조 말론 런던 관계자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고유한 향, 나만의 ‘시그니처’를 갖고 싶어하는 한국 여성들의 반응이 뜨겁다”며 “유명 인사들, 패피(패션피플)의 시크릿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타 한국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고 말했다. 인기가 높아지자 조 말론 런던은 작년 5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매장이다.

대표적인 제품으론 ‘라임 바질 앤 만다린’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미모사 앤 카다멈’ 등이 있다. 라임 바질 앤 만다린은 중독성이 있는 묘한 매력을 가진 향이다. 카리브해 산들바람에서 실려온 듯한 라임 향에 톡 쏘는 바질향, 향기로운 백리향이 독특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나무 향이 더해져 풍부하고 깊이 있는 향을 완성한다.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프리지아 꽃향에 이제 막 익은 달콤한 배의 향, 호박, 파촐리, 나무 향을 섞었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 겨울에 어울리는 향”이라고 회사 측은 소개했다.

조 말론 런던은 ‘선물하기 좋은 향수’로 마케팅했다. 이에 맞춰 제품 포장에도 공을 들였다.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크림색 상자와 검은색 리본 및 종이는 조 말론 런던의 상징이기도 하다”고 조 말론 런던 관계자는 설명했다.

"열린 생각과 전통의 융합…독창성은 바로 거기서 나오죠"
조 말론 런던과 협업한 디자이너 주디 블레임

뚜벅뚜벅 걸음걸이가 예사롭지 않다. 단추를 달아 직접 만들었다는 모자와 같은 무늬의 티셔츠, 검은 장화와 배기 바지까지. 예술가의 풍모가 느껴졌다. 강렬한 눈빛과 또렷하고 느릿한 말투는 마치 연극배우 같기도 하다. 영국 패션·액세서리 디자이너 주디 블레임(56·사진)의 인상이다. 영국 명품 향수 조 말론 런던과 협업해 내놓은 포장 패키지를 알리기 위해 한국을 찾은 블레임을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조 말론 런던 한남 부티크 매장에서 만났다.

블레임은 1970~1980년대 런던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를 주도했다. 그의 ‘포스트 펑크’ 스타일은 패션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꼼데가르송 마크제이콥스 루이비통 등 명품 패션 브랜드를 비롯 유명한 음악가들과 협업도 했다.

패션·액세서리 디자이너가 된 계기를 묻자 “패션이 나에게 왔다”며 소년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1967년. 그의 사촌 누나가 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타났다. 7살이었던 블레임은 그 순간 마법처럼 패션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당시 스페인은 매우 보수적이었다. 충격을 받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고, 그런 소란스러움이 매력적이었다.” 이후 그는 패션에 자신을 바쳤다고 말했다. 블레임이 펑크록이 주도한 런?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에 빠져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블레임이 입은 옷은 조 말론 런던이 새롭게 선보인 포장 패키지와 색상, 무늬가 같았다. 크림색과 검은색은 조 말론 런던 포장 패키지 고유의 색상이다. 그의 모자와 티셔츠 무늬는 영국의 전통적인 문양인 ‘펄리 킹스 앤드 퀸즈(Pearly Kings and Queens)’를 재해석한 것이다.

이 전통 문양의 역사는 150년 전 영국 빅토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런던 행상인들은 진주 단추로 옷을 꾸몄다. 이를 유심히 본 헨리 크로프트는 진주 단추로 빼곡하게 장식한 의상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어모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선단체 펄리 킹스 앤드 퀸즈를 창립했다. 이후 이 무늬는 영국의 전통적인 문양으로 자리 잡았다. 조 말론 런던은 영국적인 색채를 강조하는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블레임과 협업했다. 그는 이 문양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블레임은 “펄리 킹스 앤드 퀸즈는 오래됐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정신이자 디자인”이라며 “개인적인 작업에도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통과 현대의 융합 등 융합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열린 생각과 융합에서 독창성이 나온다”고 했다.

블레임은 조 말론 런던 패키지에 단추를 엮어 디자인한 닻 하트 왕관 비둘기 등을 그려넣었다. 펄리 킹스 앤드 퀸즈 고유의 문양이다. 그는 “각각에 담긴 희망(닻) 자선(하트) 충성심(왕관) 평화(비둘기) 등 인간적인 메시지가 좋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조용하고 행복하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그는 싱글이지만 청소년 네 명의 양육을 돕고 있다. 10대와 20대 네 명의 대부다. 블레임은 “영국에선 가톨릭 신자가 아니어도 대부가 될 수 있다”며 “아이들과의 대화에서 신선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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