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첫날 이변 속출
이정민·조윤지·지한솔 등 줄줄이 덜미 잡혀
홍란·최가람 '반란샷'…박성현도 32강 진출
[ 이관우 기자 ]
매치플레이의 묘미는 이변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초반에 우수수 탈락하는 짜릿한 반전에 갤러리들은 열광하기 마련이다. ‘1 대 1 맞짱 승부에선 기량보다 멘탈이 전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컨시드(일명 오케이)’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심리전이 승패를 뒤집기 일쑤다. 19일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서도 이변이 속출했다.
○상위 시드 우수수 탈락
첫 번째 이변의 주인공은 ‘노장’ 홍란(30·삼천리)이다. 홍란은 이날 강원 춘천 라데나CC에서 열린 대회 첫날 64강전에서 통산 8승의 이정민(24·비씨카드)을 잡고 32강에 진출했다. 5홀을 남겨 놓고 6홀에서 승리(6&5)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 한 명을 초반에 돌려세웠다.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내는 등 홍란의 중장거리 퍼팅은 홀컵을 찾아 들어갔다. 지독한 비염과 감기 증세에 시달리던 이정민은 초반 탈락이라는 이변의 첫 희생자가 됐다. 홍란은 “이길 수 없을 ?같은 상대방을 이기기도 하고, 100% 이길 것 같은 상대방에게 지기도 하는 등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매치플레이의 매력”이라며 “상대방을 의식하지 않고 내 페이스대로 경기한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올 시즌 상금 순위 36위인 홍란은 지난주 열린 NH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공동선두에 올라서는 등 상승세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성적이 너무 안 좋아서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며 “퍼팅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는데, 기회를 많이 잡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홍란은 9년 연속 이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 루키와 올해 루키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지한솔(20·호반건설)과 이소영(19·롯데)의 맞대결은 이소영의 압승으로 결론났다. 1번, 3번, 5번, 7번홀 등 징검다리 버디를 뽑아내며 기세를 올린 이소영은 8번과 11번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하며 버디 1개를 잡는 데 그친 지한솔을 6&5로 제압했다. 국가대표 출신 이소영은 올해 초 선수 설문에서 ‘올해 신인왕을 받을 것 같은 선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무명 최가람(24)은 작년 상금랭킹 3위 조윤지(25·NH투자증권)를 3홀 차로 따돌리는 파란을 일으켰다.
○박주영 잡은 박성현 “매치퀸 간다”
반면 박성현(23·넵스)은 ‘이변’을 거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돌아온 박주영(26·호반건설)을 맞아 2홀을 남겨놓고 3홀차로 승리했다. 초반 승부에선 이변이 연출되는 듯했다. 박주영이 5번홀까지 한 홀을 앞섰다. 박성현의 세컨드샷이 우측으로 밀리는 생크가 난 것. 이후 박성현이 파를 잡으면 박주영도 파를 잡았고, 버디를 잡으면 박주영도 버디를 뽑아내는 등 안갯속 승부가 이어졌다.
승부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6번홀부터다. 장타를 앞세운 박성현이 버디를 뽑아낸 데 반해 박주영은 파를 지키는 데 그쳤다. 박성현은 4개의 파5홀 가운데 2개 홀을 따냈다. 후반에는 아이언까지 불을 뿜었다. 16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홀컵 옆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박성현은 “중학교 때 두 번 매치플레이에 참가해 짜릿한 승부 방식에 빠졌다. 지난해 64강전에서 탈락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첫날 무난하게 승리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미녀 골퍼 간 대결로 눈길을 모은 오지현(20·KB금융그룹)과 홍진주(33·대방건설)의 대결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오지현이 승리를 거뒀다.
춘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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