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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정계은퇴는 정계복귀 위한 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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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PHOTO-1727> 5·18묘역 참배하는 손학규<br>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5·18국립묘지에서 박관현 열사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2016.5.18<br>    pch80@yna.co.kr/2016-05-18 11:17:44/
<저작권자 ⓒ 1980-2016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정계은퇴는 정계복귀 위한 쇼인가?



“정치는 들고 날 때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은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정치는 선거로 말한다는데, 나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정치를 떠난다”.

2014년 8월1일 국회 기자실인 정론관. 7·30 경기 수원병(팔달)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이렇게 말하며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떳떳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누리는,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세상을 만들려 했던 저의 꿈, 이제 접는다”며 “오늘 이 시간부터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성실하게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전남 강진으로 내려가 허름한 시골 흙집에서 생활했다. 간간이 서울로 올라오거나 정치 행사에 참석해서도 정치 관련 얘기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4·13 총선에서 야당 후보 지원유세도 거절했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삼고초려(三顧草廬) 하면서 그를 총선 유세장으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은 수도권 박빙 승부처에서 그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손 전 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역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도층 표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도 계파 통합 행보 차원에서 강진의 흙집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전했지만 손 전 고문은 “정계은퇴했는데 적절치 않다”고 거절했다.

손 전 고문은 2008년에도 민주당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강원 춘천의 한 농가에서 칩거하다 2년 만에 복귀했다. ‘시골 칩거’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손 전 고문은 춘천에서 부인 이윤영 씨와 함께 텃밭을 가꾸고 등산, 독서 등을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일정 정도 거리를 유지하던 그는 지난 18일 5·18 행사 참석차 광주에 들러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정계은퇴를 선언한 지 약 21개월만이다. 그는 “5·18의 뜻은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자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다. 또한 용서와 화해의 시작이기도 하다”며 “지금 국민의 요구는 이 모든 것을 녹여내는 새판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오늘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5·18이 항상 시작을 의미하고 오늘 우리가 국민의 염원을 담아서 이 모든 뜻을 녹여낼 수 있는 새판을 시작한다는데 그 뜻이 있어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좌절에 빠져있다. 그 분노와 좌절의 표시가 이번 4·13 총선 결과”라며 “우리는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 나갈 것을 여러분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다짐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의 ‘새판 짜기’발언은 정계 개편 신호탄이 될 것이며 대선 주자 구도도 요동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의 정계 복귀를 하게 하는 요인은 4월 총선으로 인한 정국 구도와 관련이 있다. 어느 한 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국민의당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몸값이 올라갔다는 얘기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새누리당 일각에선 손 전 대표를 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하자는 얘기도 있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손 전 고문과 손을 잡는 게 대선 승리를 위한 필수로 보고 있다. 물론 손 전 고문이 유력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입장에서 보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본선 표 확장성 측면에서 손 전 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양당은 보고 있다.

그렇지만 정계복귀 발언에 따가운 시선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번복하면서 1997년 대선에 나섰다. 문재인 전 대표도 약속을 번복했다. 문 전 대표는 4·13 총선 전 광주에 내려가 “호남이 나에 대한 지지를 거두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호남의 정신을 담지 못하는 야당 후보는 이미 그 자격을 잃은 것과 같다”며 “진정한 호남의 뜻이라면 나에 대한 심판조차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총선에서 더민주가 호남에서 참패한 뒤 문 전 대표는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계은퇴’약속에 대해 애매하게 얼버무리고 넘어간 것이다.

손 전 대표의 사실상 정계복귀 선언은 결국 정치인의 정계은퇴 약속은 결국 믿을게 못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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