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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정책에 '떠돌이' 된 면세점 직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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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워커힐→롯데월드타워→두산면세점…한 달여 간 3곳 옮겨

"일자리 누가 책임지나"
워커힐면세점 문 닫으며 입점업체 직원들 실업자로
알바로 6개월 버틴다 해도 재취업 할 수 있을지 불안



[ 정인설 / 고은빛 기자 ]
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 업체 직원 최모씨(29)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서울 광장동에 있는 SK워커힐면세점으로 출근했다. 이번주부터는 잠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으로 나가고 있다. 워커힐면세점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씨는 한 달 뒤 또다시 동대문 두산면세점으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작년 11월 서울 시내면세점 심사에서 워커힐면세점과 함께 사업권을 잃은 월드타워점도 다음달 30일 폐점한다. 두산면세점이 최씨의 세 번째 근무지다.

최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게 낯설다”며 한숨만 쉬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마저도 시한부 일자리다. 연말에 워커힐면세점이 사업권을 다시 딸 것이란 전제 아래 화장품 회사와 맺은 단기 계약이다. SK가 면세점을 따지 못하면 그는 일자리를 잃는다.


○떠나거나 알바로 버섟킬?/strong>

최씨의 ‘떠돌이식 근무’는 정부의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이 어렵게 취업해 일하는 직장인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근무지를 한 번 바꾸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그는 한 달여 만에 근무지를 두 번이나 이동해야 한다. 그는 “연말에 워커힐면세점이 다시 영업할 수 있게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누가 내 일자리를 책임지느냐”고 했다. 떨리는 목소리였다.

신규 면세점으로 완전히 자리를 옮기지만 근무 여건이 바뀌는 직원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워커힐면세점 화장품 매장에서 두산면세점으로 옮기는 노모씨(33)는 “한곳에 있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야근이 걱정”이라고 했다. 워커힐면세점에선 야근을 해도 밤 10시 전에 끝났지만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두산면세점에서 일하면 귀가 시간이 새벽 3시가 넘는다. 아이 엄마인 노씨에겐 부담이다.

최씨와 노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면세점에서 매출이 적은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대부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워커힐면세점 가전매장에 있던 김모씨(27)는 “매니저가 ‘6개월 뒤 워커힐면세점이 다시 문을 열면 부를 테니 그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있으라’고 했는데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SK면세점 명품 시계 매장에서 일하던 직원도 대부분 실업자가 됐다. 18일 문을 여는 신세계면세점과 두산면세점은 초기에 명품 시계 브랜드 없이 시작하기 때문이다.

○면세점 직원들도 불안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는 입점 胎?직원들의 고용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구제 방법이 여의치 않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입점 브랜드 직원은 면세점 본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있지 않아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면세점 업계 직원들 역시 불안해하고 있다. 6개월간 마땅한 일거리가 없어 다른 매장으로 이동하거나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말까지 월드타워점의 정규직 150여명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다. 휴직자와 연수자를 선별하고 몇 명을 다른 매장으로 이동시킬지 검토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정부가 신규 면세점 특허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면 월드타워점의 영업 중단 기간을 줄여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인설/고은빛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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