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아침을 여는 도시 포항 가슴이 뛴다
[ 김명상 기자 ]
포항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곳이다. 벌건 쇳물을 생산하는 포스코(POSCO)와 이글거리는 해가 솟는 일출 명소 호미곶 때문이다. 과거 교통이 다소 불편했던 경북 포항은 이제 수도권 거주자도 당일 여행을 다녀올 만한 곳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4월 개통된 KTX를 타면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 30분 만에 닿는다. 일찍 나서면 점심으로 구룡포 대게를 먹고 죽도시장에서 장을 본 싱싱한 해산물로 저녁상을 차릴 수 있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포항을 찾는 관광객은 KTX 개통 전보다 10% 이상 늘어난 연간 1800만명에 이른다. 좀 더 가까워진 포항에서 시원한 동해와 색다른 먹거리를 만나 보자.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떠오르는 곳
포항의 호미곶(虎尾串)은 전국 일출명소 중 한 곳이다. 호미는 호랑이 꼬리라는 뜻이다. 호랑이 모양인 한반도의 꼬리 부분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일제 강점기에는 장기갑으로 불리다 2001년 12월 호미곶으로 변경됐다. 16세기 조선 명종 때 풍수지리학자인 격암 남사고는 이곳을 지형상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며 천하제일의 명당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일제는 호미곶에 쇠말뚝을 박아 정기를 끊고자 했고 한반도를 연약한 토끼에 비유해 이곳을 토끼 꼬리로 비하하기도 했다.
호미곶을 대표하는 볼거리는 일출이다. 한반도 최동단에 자리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먼저 떠오르는 해를 볼 수 있다. 새해 아침마다 관광객으로 북적대는 이유다.
호미곶의 명물은 ‘상생의 손’이다. 2000년 1월1일 세워진 청동 조형물로 바다에는 오른손, 육지에는 왼손의 형상이 있다. 국민 화합과 상생을 염원하며 만들었다. 이제는 포항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일출과 손의 조화는 절묘하다. 상생의 손이 마치 해를 밀어올리는 것 같은 착각까지 일어난다. 바다마저 태울 듯 이글거리는 태양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일출을 본 뒤에는 상생의 손이 있는 해맞이 광장을 돌아보자. 날씨에 상관없이 전천후 채화가 가능한 햇빛 채화기, 성화대, 호미곶등대 및 등대박물관, 해수탕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있다. 광장 진입로에 조성된 유채꽃 단지에는 매년 4~5월경에 유채꽃이 만개하고, 해안 도로에선 이육사의 청포도시비를 볼 수 있다.
먹거리와 활기 가득한 죽도시장
포항에 들렀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죽도시장이다. 동해안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이 한자리에 모이는 곳으로 약 200곳의 횟집, 건어물상가, 어패류 상가 등이 있다. 재래시장 특유의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흥정하는 재미가 언제나 관광객을 즐겁게 한다.
죽도시장에선 신선한 해산물을 맛봐야 한다. 도다리, 광어, 가자미, 대구, 삼치 등 온갖 생선이 군침을 돌게 한다. 인근 양념집에서 초장 등 재료값만 부담하면 바로 회를 먹을 수 있다. 2~3가지 생선을 골라 담아도 가격은 1만원 수준. 주당들은 즉석에서 썰어낸 회를 섞어 담고 아침부터 소주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죽도시장에서는 고래고기도 맛볼 수 있다. 이곳의 고래고기는 불법 조업을 해서 잡은 것이 아니라 그물에 잡혀 자연스럽게 죽은 고래라고 한다.
포항물회도 별미다. 원래 어부들이 재빨리 한 끼 식사를 때우려고 만든 음식이다. 방금 잡은 물고기를 회로 치고 고추장 양념과 물을 넣고 비벼 훌훌 들이마신 데서 유래됐다.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 유행했다가 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지방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싱싱한 횟감에 상추, 파를 넣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뿌린 뒤 찬물이나 살짝 얼린 육수를 부으면 잃어버린 입맛도 돌아온다.
산책하며 치유하는 시간도 마련
동해의 시원한 바람을 쐬고 싶다면 호미해안둘레길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동해면과 구룡포, 호미곶, 장기면까지 이어지는 해안선 58㎞를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다.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힐링길이다.
아직 전 구간이 개통되지 않았으나 최근 일부 구간이 열렸다. 1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해면 입암리 선바우와 하선대를 잇는 700m 구간에 산책길을 조성한 것. 바다 위에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히 걸으며 넓은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산책하며 기암절벽을 보는 것도 즐겁다. 소원을 빌면 부자가 된다는 전설이 깃든 ‘힌디기’, 용왕과 선녀가 시간을 보냈다는 ‘하선대’를 비롯해 여왕의 왕관을 닮은 여왕바위와 계곡바위, 킹콩바위, 배바위 등 각종 기묘한 바위들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질녘이면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고, 해가 진 뒤에는 포스코의 야경이 캄캄한 밤을 화려하게 밝힌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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