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이노베이션
이상문·임성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32쪽 / 1만4000원
이상문·임성배 교수의 혁신론
R&D만 집중하는 폐쇄적 혁신…글로벌 환경선 경쟁력 미약
크라우드 소싱·SNS 등 협력 범위 넓힌 개방형 혁신
참여 동기 없인 지속 힘들어
미래의 혁신은 사회구성원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 제공해야
[ 송태형 기자 ] 현대사회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는 혁신이다. 기업과 조직뿐 아니라 개인, 사회, 정부, 국가 차원에서도 혁신이 널리 주창된다. 산업화 시기를 지나 정보혁명을 통한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창조나 창의란 단어와 짝을 이뤄 사용되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 ‘광속으로 변하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시대에 창조적 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식이다.
그래서일까. 혁신이란 단어는 예전만큼 감동을 불러오지 않는다. 오히려 강박증이나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눈물겨운 혁신의 노력으로 탄생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상문 미국 네브래스카주립대 석좌교수와 임성배 세인트메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함께 쓴 《메타 이노베이션》에서 “혁신이 이렇게 진부한 이미지를 주는 이유는 혁신 그 자체를 혁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혁신의 혁신을 이루는 ‘메타 이노베이션(meta innovation)’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의사결정학회장과 미국 경영학회장을 지낸 이 교수는 의사결정, 글로벌 전략, 혁신경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힌다. 임 교수는 세계 경영학계에서 혁신과 융합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이 책에서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메가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 혁신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한다. “미래의 혁신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는 스마트한 미래를 견인해야 한다”며 이런 ‘스마트 혁신’과 ‘혁신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공동혁신’을 제안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혁신은 여러 단계를 거쳐 진화해 왔다. 혁신 1.0은 폐쇄적 혁신이다. 독창적인 내부 역량을 활용해 시장선도자 역할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혁신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내부 연구개발(R&D) 부서다. 이 단계의 협력은 내부 조직원 간 협력만을 의미했다. 혁신 2.0은 협력적 혁신이다. 글로벌 경쟁 환경이 빠르게 큰 폭으로 변하면서 조직 내부 역량만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유지하기 어렵자 자신의 핵심 역량을 다른 기업의 핵심 역량과 결합해 혁신적인 가치사슬을 창출하는 것이다.
협력적 혁신의 과정은 혁신 3.0인 개방형 村탔막?이어진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와 폭넓은 지식 공유가 가능한 정보통신의 발달은 혁신을 위한 협력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혁신 2.0이 주로 기업 간 1 대 1 협력에 관한 것이라면 혁신 3.0은 외부 연구기관, 대학, 과학자 집단은 물론 일반 개인들까지 협력의 문을 열어놓는다. 예를 들어 크라우드 소싱이나 소셜네트워크를 활용해 혁신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다. 개방형 혁신의 한계는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협력 대상인 구성원들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몰입 없이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어서다.
저자들이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혁신 4.0인 공동혁신이다. 공동혁신은 폭넓은 내부와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나 방법을 창조적으로 적용해 고객을 포함한 모든 이해당사자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주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핵심은 이해당사자들이 지속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가치, 고객의 경험에 기초한 가치, 경쟁자가 모방하기 힘든 독창적인 가치를 함께 창조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더 나아가 ‘공동혁신 생태계 모델’을 제시한다. 다양한 참여자들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혁신생태계는 공동창조와 컨버전스(융합), 디자인 사고를 핵심 과정으로 한다. 공동창조를 통해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몰입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를 정의한 뒤 구성원들의 창조적인 융합을 통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생태계다. 창의적인 사고와 소통이 필요한 공동창조와 융합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감정 이입을 통해 인간 중심으로 접근하는 디자인 사고다. 이 모델에서 기업이 서로 다른 기술, 제품, 인력 등을 융합하는 역량과 플랫폼은 경쟁사가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것이어야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의 원천이 된다. 저자들은 이 지점이 삼성과 애플이 지닌 최고 강점이라고 설명한다.
공동혁신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대다수 사회구성원이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를 좀 더 많이 제공하는 ‘스마트한 미래’다. 저자들의 주장은 최근 자주 거론되는 사회적 혁신과 2011년 미국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가 제시한 공유가치창출(CSV) 개념과 상통한다. 저자들은 “혁신을 치열하게 혁신해야 하는 이유는 더 나은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서”라며 “혁신으로 이뤄낼 스마트한 미래는 인간의 재능과 직업을 연결시키고, 올바르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한 직업을 창출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난 노년층 인구를 활용하게 도와주고, 녹색경영을 위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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