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델 회장 한경 인터뷰
"15년 후 IoT 넘어 만물인터넷시대 올 것"
"2000억대 기기 서로 연결될 것…데이터 빅뱅, 기업의 핵심 화두"
[ 임원기 기자 ] 지난해 76조원이 넘는 정보기술(IT) 업계 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델(DELL)의 마이클 델 회장(사진)이 데이터 처리 기술이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 회장은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 ‘EMC World 2016’에서 한국경제신문 등과 인터뷰를 갖고 “15년 전만 해도 PC만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휴대폰과 전자기기가 서로 연결돼 있다”며 “15년 뒤에는 지금의 사물인터넷(IoT)을 넘어서는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2031년에는 2000억대의 기기가 서로 연결되고 각각 엄청난 데이터를 쏟아낼 것”이라며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이용하는 것이 모든 기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데이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도 했다.
‘EMC World 2016’은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스토 ??저장장치)업체인 EMC 인수합병(M&A)을 ‘깜짝 발표’한 뒤 델 회장이 처음 등장한 무대여서 글로벌 IT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그는 올 10월 탄생할 합병회사 이름이 델테크놀로지스라고 발표했다. 인수 금액이 670억달러(약 76조원)로 IT업계 M&A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델테크놀로지스는 2014년 실적 기준으로 매출이 827억달러(약 94조원)에 달해 경쟁사인 IBM, HP의 매출을 웃도는 초대형 기업으로 도약한다.
이번 인수합병은 PC와 서버 등 하드웨어에서 모바일·소프트웨어 중심으로 IT시장 중심이 이동하는 데 맞춰 델 회장이 꺼내든 승부수다. 저장장치분야 세계 최대 업체 EMC를 인수한 것도 데이터분야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다.
마이클 델 회장은 합병 법인의 사명에 ‘테크놀로지스’를 붙여 기술 지향적인 기업임을 분명히 했다. 소매판매와 영업 혁신으로 정보기술(IT)업계의 강자로 우뚝 섰던 그가 기술을 강조한 것이다.
델의 서버 기술과 EMC의 스토리지, 클라우드 기술 및 경험을 결합해 데이터 시대에 대비하려는 전략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델 회장이 핵심 기술로 클라우드와 분산형 처리를 핵심으로 하는 데이터 기술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 회사 사명과 관계없이 EMC의 기술과 인력이 향후 회사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델 회장은 합병 법인의 PC 등 소비자사업부는 델 출신 임원들에게 맡겼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토리지, 클라우드 등의 분야는 EMC 출신을 그대로 중용했다.
업계에서는 PC시장의 쇠락과 중국 업체의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한 델 회장이 EMC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재편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델 회장은 의과대학에 입학했지만 1년 만에 중퇴하고 19세 때인 1984년 단돈 1000달러로 PC조립업체 델을 창업했다. 불과 8년 만인 1992년 포천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려 일약 IT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기존 복잡한 PC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사업 초기부터 일일이 소비자와 전화통화하며 판매하는 그의 ‘직판모델’은 델이 1990년대 후반 PC업계 1위에 오르면서 경영학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 업체의 부상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PC 판매가 부진에 빠지면서 고전했다.
델 회장은 이날 경쟁사를 직접 겨냥한 발언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HP는 사업부 분사를 통해 회사가 작아졌다”며 “IT 분야에서 성공과 혁신을 이끌려면 규모의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델과 EMC는 합병을 통해 글로벌 넘버원 인프라(기반) 기술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