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말리부, 구형보다 100만원 이상 가격 낮춰
SM6 가격 SM5 수준으로 맞춰 인기
알티마, 수입 중형 최초로 2000만원대 내놔
[ 김정훈 기자 ] 국내 중형 승용차 시장에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제조사들이 풀 체인지 또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가격을 오히려 낮추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한국GM은 27일 출시한 신형 말리부를 2310만원부터 책정, 미국 가격보다 트림별 평균 400만~500만원 낮춰 내놨다. 이날부터 사전계약에 들어간 말리부는 완전 변경된 9세대 차량으로 기존 8세대 모델보다 100만원 이상 싸게 내놓은 것이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SM6 대비 가격을 낮췄고 쏘나타, K5 등 동급 경쟁차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르노삼성은 SM6(유럽명 탈리스만) 가격을 유럽보다 1000만원 이상 낮춰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SM6는 국산 중형과 준대형 중간급 모델로 평가받지만 가격은 쏘나타와 비슷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차 업체인 한국닛산도 최근 신형 알티마를 수입 중형세단 가운데 처음으로 2000만원대(2990만원)로 출시해 수입차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경쟁차인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등과 비교해도 최대 400만원 저렴하다.
기존 중형차 시장의 '투톱'을 구축해온 쏘나타와 K5는 후발주자들의 '착한 가격'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SM6에 이어 5월부터는 신형 말리부 등장으로 각 업체별 영업 현장에서 치열한 판매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이달 2017년형 쏘나타를 조기 투입했으며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 구매자의 90%는 2800만원이 넘는 고급 사양을 선택하고 있다"며 "말리부 출시에 따른 판매 위축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제조사들이 중형급 신차 가격을 대폭 인상할 수 없는 배경으로는 수요 부진이 꼽힌다. 과거보다 중형차 시장이 위축돼 업체들도 차값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 지난 몇년 간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랜저, K7 등 준대형 세단의 선호 현상도 강해졌다.
소비자들도 경기 침체, 차종 다양화 현상 등으로 가격에 민감해진 요인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이와 관련 "제조사들이 과거보다 부품 공용화를 늘리면서 원가 절감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입사들은 국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한국차 업체들은 실내 편의사양의 고급화를 추진하다보니 가격이 높아져 국산과 수입차의 가격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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