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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맥] 퇴직공직자 민관유착 막고 인적자원 활용도는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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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공윤법 1년, 취업제한율↑
공무원의 전문성 사장은 문제
국가발전·국민행복의 지혜 필요

이근면 < 인사혁신처장 >



“지금 당장 고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은 관료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당시 상황을 이렇게 개탄했다. 다산의 예언은 적중했다. 100년 뒤 조선은 세계지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금도 우리 공직사회에 남아 있는 부정적 이미지는 아직도 많은 문제점과 해결해야 할 과제를 보여준다.

인사혁신처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은 공직자에 대해 ‘청렴하지 못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국가의 청렴도를 가늠하는 부정부패 척도 또한 부끄럽기 짝이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14년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55점으로 175개국 중 4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7위에 그쳤다. TI는 한국에 대해 ‘절대 부패에서 벗어난 정도’라고 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사회를 해치는 기생충이며, 건강한 발전과 성장을 저해하는 잡초다. 구미와 일본 싱가포르 등 지구촌에서 국가경쟁력이 높다는 선진 국가들은 한결같이 부패지수가 낮고, 청렴도가 높다.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눈높이와 공직윤리는 공무원이 느끼는 그 이상이다. 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사고 이후 민관유착의 적폐를 뿌리 뽑고,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직자윤리법을 엄격한 방향으로 개정한 것은 이런 노력의 출발이었다.

법 시행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딛고, 개선된 사례 등이 많아지며 점점 정교한 제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국민, 공무원 모두에게 ‘윈윈’하는 제도로 발전해갈 것이라 믿는다.

시행 1년을 맞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민관유착의 우려가 있는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전에는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었던 안전감독 인허가, 공직유관단체 및 사립학교로의 이동도 엄격한 취업심사를 거쳐야 한다. 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율은 2013년 9.2%에서 2015년 20.8%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런 수치가 국민에게 와닿는 체감도는 아직 낮다. 일부에서는 법 개정 이후 취업심사 건수가 늘어난 점을 들며, “관피아가 증가하고, 취업심사가 허술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이는 사실과 다르다. 법률 개정에 따라 취업제한 요건이 강화되면서 취업심사 대상 기관은 법 개정 전(2014년) 3960개에서 개정 후(2015년) 1만5033개로 급증했고, 대상 기관이 늘어났으니 취업심사를 받는 건수가 증가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법률 개정 이후 오히려 취업제한율이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진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한편에서는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며, 생계를 위한 재취업까지 막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는 취업심사제도에 대한 오해다. 개정 법률은 민관유착과 거리가 먼 하위직 퇴직자의 생계형 재취업은 제한하지 않고 있다.

퇴직공직자의 재취업이 막히면서 인사적체가 심해졌다는 비판도 있다. 예전에는 재취업을 조건으로 조기퇴직(용퇴)을 유도했는데 취업요건이 강화되자 용퇴를 꺼린다는 것이다. 과연 이 용퇴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선배를 내보내고 승진한 후배는 또다시 용퇴의 대상이 되지 않는가. 수십년간 혈세로 키운 전문 인력을 내보내 ‘재취업’시키는 것이 정부와 국민, 공직사회에 득이 되는 합리적 조직관리인가 말이다. 더욱이 지금은 초고령화 시대로 정년이 없어지거나 연장되는 시대다.

반면 ‘지나친 취업 제한으로 공무원의 전문성을 사장(死藏)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생각해볼 문제다. 공직자가 축적한 수십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퇴직과 동시에 사장시킬 게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보탬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 맞다. 100세 시대를 맞는 현대 사회에서 퇴직 후 세컨드 라이프가 누구에게나 중요한 시대에 재취업은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공익을 증진시키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민관유착은 뿌리 뽑으면서, 인적 자원 활용은 살리는 ‘솔로몬의 지혜’를 고민해볼 때다.

모든 법과 제도는 시행되면 본래의 취지인 ‘빛’과 함께 ‘그림자’도 생기는 법이다. 새로운 공직자윤리법의 목적은 민관유착, 전관예우 등 ‘비정상적인 그림자’를 제거하려는 것이지, 모든 공무원의 재취업을 막거나 전문성을 사장시키자는 것?아니다.

이제는 우리 국민과 공직자 모두가 합심해 청렴한 선진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공직자 부정부패를 우리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세계 12위의 국격에 맞는 청렴한 대한민국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우리는 66년 전 “100년이 지나도 재건은 어려울 것”(맥아더 UN군 사령관)이라고 했던 나라를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으로 키우지 않았는가. 한 발만 더 나아간다면 우리는 또다시 한강의 기적을 넘어 태평양의 기적을 재현하는 위대한 대한민국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근면 < 인사혁신처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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