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처럼 원금 회수 가능?…개미들 '폭탄돌리기' 나서
"한진과 동양은 사정 달라 위험천만…투자 자제를"
[ 하헌형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4월25일 오후 4시15분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여파로 이 회사 채권 가격이 액면가(1만원)의 40%선까지 폭락했다. 거래량은 평소 두 배로 늘었다. 2013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회사채 투자자들이 불완전 판매 논란에 힘입어 투자 원금을 거의 돌려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 전개를 기대하고 투기적인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진해운과 동양 계열사들의 사정이 판이하게 달라 ‘위험천만한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2012년 6월7일 발행한 5년 만기 회사채(한진해운76-2)는 이날 장내채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액면가 1만원당 921원 급락한 413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전 거래일(5억8000만원어치)의 두 배가량인 13억원어치였다. 장내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는 곳이 ? 한진해운71-2(잔존 만기 2개월) 한진해운78(1년1개월) 등 장내시장에서 거래 중인 다른 회사채값도 일제히 4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발행 초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라면 60% 가까이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공모 회사채 미상환 잔액은 7400억원이다. 개인투자자는 이 중 절반에 가까운 물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장내시장에서 한진해운 회사채를 새로 사들인 투자자들은 단기 매매 차익을 노렸거나 ‘원금 100% 회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고위험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자율협약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물론 비협약 채권자인 개인투자자도 원금의 일정 부분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진해운의 채무 재조정 방안으로 미상환 회사채 중 절반은 출자전환(채권을 주식으로 바꿈)하고,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원금 손실 여부와 폭은 향후 한진해운 주가와 자산 매각을 통한 상환대금 확보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2013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주)동양은 채무액 중 55%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45%는 10년간 분할 상환하는 채무 재조정 안을 내놨다. 이후 동양시멘트 등 알짜 계열사를 매각해 2년 만에 채무액 대부분을 채권자에게 돌려줬다.
한 증권사 채권연구원은 “동양은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 내다팔 자산이 많았지만 한진해운은 돈 되는 자산은 이미 다 팔았고 업황 전망도 어둡다”며 “한진해운 회사채 투자자가 동양 회사채 투자자처럼 원금을 돌려받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진해운 주가도 전 거래일보다 29.94% 급락한 1825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말 자율협약에 들어간 현대상선의 회사채 투자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악의 경우 자율협약이 무산돼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는 원금의 10%도 건지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하헌형/서기열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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