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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빠진 신재생에너지 1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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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없이 M&A 열 올리던 미국 선에디슨, 파산보호 신청

자금조달 쉬운 금융기법으로 에너지 업체 무리하게 인수
부채비율 400% 웃돌아…주가, 고점 대비 99% 폭락



[ 이상은 기자 ]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미국 선에디슨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선에디슨은 자산 규모가 207억달러(약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다른 업체를 속속 인수합병(M&A)하면서 덩치를 불려오다가 무너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술력을 키우기보다 금융기법에 의존해 무리하게 성장을 추구한 게 몰락 요인으로 꼽힌다.


◆연이은 M&A로 성장해

선에디슨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연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를 신청했다. 파산보호는 법원이 채무를 갚을 의무를 잠시 중단하게 해 형식상 부도를 회피하는 제도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다. 선에디슨은 올해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회사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선에디슨은 1959년 몬산토 계열로 설립된 실리콘 웨이퍼(반도체를 찍어내기 전 단계의 얇은 원형 판) 제조회사인 MEMC의 후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아마드 차틸라라는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는 경영난을 겪고 있던 MEMC를 인수했다. 이어 지속적인 M&A로 회사를 신재생에너지 분야 1위로 키웠고, 2013년 회사 이름을 선에디슨으로 바꿨다.

◆금융기법으로 투자자 현혹

선에디슨이 업계 1위로 올라선 비결은 기술력이 아니라 독특한 금융 조달 기법이었다. 태양광이나 풍력사업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 탐사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생산비가 갑자기 폭증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수십년 단위로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해 시장 환경이 바뀌어도 위험에 덜 노출된다. 낮은 마진을 꾸준히 따먹는 구조다.

차틸라 최고경영자(CEO)는 2014년부터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별로 수익 배당을 담당할 독립법인(일드코)을 세우는 형태로 관계사를 늘려갔다. 사실상 특수관계사지만 형식상 이사회의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해 해당 법인의 부채가 늘어나도 모회사인 선에디슨의 장부에는 표시되지 않게 했다. 2011년부터 올 1월까지 선에디슨과 계열사들이 채권 발행, 은행 대출, 주식 매각 등으로 200억달러를 조달해 기업을 사고 프로젝트를 벌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저금리 환경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률이 괜찮은 투자처를 찾아다니는 헤지펀드들이 선에디슨에 부나방처럼 달려들었다. 이 회사에 2억4300만달러를 투자한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털의 데이비드 아인혼 대표를 비롯해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스티븐 코언 SAC캐피털어드바이저스 회장 등이 줄줄이 투자 대열에 합류했다. 2012년 저점 대비 20배나 주가가 뛰었다.

지난해 2월 차틸라 CEO는 “선에디슨의 시가총액(당시 60억달러)이 앞으로 엑슨모빌(40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휴지 조각이 된 주식

이 같은 사업 모델은 성장이 멈추면 지속할 수 없다. 작년 7월 소규모 태양광 전지판을 제작하는 비빈트솔라라는 회사를 22억달러에 사들이려고 하자 투자자들은 선에디슨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인베너지라는 풍력회사 자산을 20억달러에 산 지 2주 만에 또다시 22억달러를 투자하는 것도 무리였고, 선에디슨의 종전 사업영역과도 맞지 않았다.

작년 11월엔 자회사인 테라폼글로벌이 모회사 선에디슨에서 현금을 빼가려는 것은 배임이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현금 돌려막기 수법이 폭로되자 선에디슨 왕국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선에디슨의 자산 규모는 207억달러지만 부채가 161억달러에 이른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었다는 얘기다. 돌아오는 채무를 더 이상 상환할 유동성이 없는 처지다. 주가는 지난 20일 34센트로 고점 대비 99% 폭락했다.

선에디슨은 한국 태양광업체 여러 곳과 계약을 맺고 있기도 하다. 당초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유상증자 등의 방식으로 1000만달러(약 114억원)를 웅진에너지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없던 일이 됐다. 웅진에너지, 신성솔라에너지 등은 선에디슨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한 영향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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