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북바우어 스와로브스키 회장(CEO) 인터뷰
"서울은 유럽보다 창업환경 좋아"
창업자 스와로브스키의 외증손자
"가족경영이 혁신의 원동력"
[ 이수빈 기자 ]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지금 시작하세요.”
오스트리아 크리스털 액세서리 업체 스와로브스키의 로버트 북바우어 회장(사진)이 한국 청년에게 전하는 조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춘 데다 교육 문화 수준이 높은 서울이 유럽 어느 도시보다 창업하기에 좋은 환경”이란 것이다. 북바우어 회장은 21일 서울 신사동 스와로브스키 부티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가 20대였다면 서울에서 살고 싶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훌륭한 도시에 살면서 창업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북바우어 회장은 창업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의 외증손자다. 20~21일 열린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널 럭셔리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스와로브스키의 마케팅 역량을 대폭 키운 인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스와로브스키는 세계 170여개국에서 약 256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엔 23억3000만유로(약 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는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와 미국 버클리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졸업 후 오스트리아 향신료 업체 위베르크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5년간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1998년 스와로브스키 글로벌마케팅 부서에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북바우어 회장은 “입사 직후 온라인 매장을 제안했다”고 했다. 지금은 패션 액세서리 업체 대부분이 온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당시로선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회사 안팎에서 반대가 심했다. 명품 업체가 온라인 매장을 열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점에서 제 살 깎아먹기란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2001년 온라인 매장을 열었다. 북바우어 회장은 “주위의 우려와 달리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모두 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회사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회사를 한 단계 도약시켰다는 공을 인정받아 2002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크리스털 액세서리에 머물지 않고 사업을 다각화했다. 2009년 시계 컬렉션을 선보인 데 이어 2011년엔 선글라스와 남성 액세서리를 내놨다. 같은 해 향수와 색조 화장품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북바우어 회장은 “사업다각화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주저하지 않았다”고 했다. 기업의 핵심 역량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었으나 그의 전략은 통했다. 중국산 저가 액세서리의 공세에도 스와로브스키는 매년 12~15%씩 성장했다.
지난달엔 웨어러블(입는) 기기 업체 미스 叩?협업해 스마트 주얼리를 선보였다. 손목에 차고 있으면 활동량을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분석해준다. 앞으로 종류와 기능을 확대할 방침이다. 북바우어 회장은 “가족기업을 경영하면서 막중한 책임감에 압박을 받을 때도 있지만 더 좋은 기업으로 키워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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