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의 올해 입시에서 학종이 대세가 되면서부터다. 학종이란 용어를 풀어보면 어떤 종류의 전형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학생부 위주이되 교과 성적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
학종은 학생부교과전형과 함께 학생부 위주 전형으로 묶인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말 그대로 고교 교과, 즉 내신 위주로 전형한다. 아주 단순한 평가방법이다.
반면 학종의 평가대상엔 교과 외에 비교과 활동이 포함된다. 봉사·동아리·독서활동이나 교내 경진대회 참여 등이 비교과 활동에 속한다.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도 평가요소로 들어간다. 입학사정관들이 평가를 맡는다. 옛 입학사정관전형과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학종은 학생부교과전형과 달리 대학이 해석하거나 개입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크다. 주요대학이 학종을 늘리는 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간 대학들의 논술이나 특기자전형은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학생을 위한 전형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정시모집 주요 전형요소인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지는 추세다. 사회적 여론이나 공교육 정상화를 내건 정부 정책에서 받는 부담감도 만만찮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남은 선택지가 학종이다. 전형 취지 자체도 좋다. 수능과 내신만으로 평가하는 획일적 방식을 벗어났다. 계량화된 점수가 아니라 수험생 잠재력과 학업능력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것도 학종의 장점으로 꼽힌다.
권오현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펴낸 ‘대학교육’지에 실린 글(서울대 지역균형전형: 취지와 쟁점)에서 “많은 고민을 거쳐 나온 최종 해답이 학종”이라며 “느슨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가미되면 가장 바람직한 유형의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권 본부장은 최근 들어서도 학종을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거의 유일한 입시”라고 평했다. 고교가 평가한 기본 데이터(학생부)를 대학이 해석하는 형태로 평가권의 균형이 잡힌 점, 공교육 과정을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늘 그랬듯 신종 사교육의 출현이다. 자소서, 소개서부터 각종 비교과 활동 등 학종에 대비한 컨설팅이 등장했다. 스펙이 아닌 스토리를 본다고 하니 스토리마저 스펙화하는 놀라운 사교육의 적응력이다. 성적은 기본에 맞춤형 스펙까지 준비해야 해 입시부담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시 대학 쪽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학종이 자리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변종 사교육으로 ‘만들어낸 스펙’을 대학이 걸러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급조된 인위적 스토리가 통하지 않음을 입증할 때 수험생·학부모는 최신 버전 사교육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다. 그래야 제도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학종의 급격한 확대는 그래서 걱정스럽다. 방향이 틀렸다는 얘기가 아니다. 취지가 제대로 구현된다면 장점이 많은 전형 맞다. 성적 낮은 학생이 붙고 반대로 높은 점수의 학생이 떨어질 수 있어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감수할 만한 리스크다.
학종은 품이 많이 드는 전형이다. 점수 합산해 성적순으로 줄 세워 커트라인 아래를 쳐내면 되는 게 아니다. 질적 평가로 수험생의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평가 부담이 과중해지면 사교육의 겉포장을 가려낼 힘이 떨어진다. 이때 발생하는 역효과가 크다.
당부하고 싶다.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해당 국고지원사업에 떨어지면 비전임 입학사정관부터 자르는 부실한 구조로는 학종이 뿌리내리기 어렵다. 천천히 가자. 좋은 취지를 지금의 인프라가 받쳐줄 수 있을지 돌다리도 두드려보며 가야 한다. 결국은 그게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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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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