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인터뷰
'13대 국회 야당 원내총무' 김원기 전 국회의장
김윤환 원내총무, 눈물 보였지만
"노태우와 둘 중 선택하라" 요구
[ 유승호 기자 ] 김원기 전 국회의장(사진)은 15일 “한국 의회 민주주의 역사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가 처음 자리잡은 것이 여소야대(與小野大)이던 13대 국회였다”며 “20대 국회도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13대 국회 당시 야당이던 평화민주당 원내총무로서 여야 협상에 나섰다. 13대 국회는 1988년 4·26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전체 299석 중 125석을 얻어 과반 확보에 실패하고, 평민당(70석) 통일민주당(59석) 신민주공화당(35석) 등 3개 야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4당 체제의 여소야대 국회였다.
김 전 의장은 “13대 국회에선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산적한 문제가 많았다”며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 보상과 책임자 처벌, 제5공화국 비리 진상 규명 등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청산해야 하는 시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4당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문제를 풀기 위 ?밤새 토론하고 협상했다”며 “여소야대였지만 대화를 통해 가장 많은 법안을 처리하고 가장 많은 문제를 해결한 국회였다”고 회고했다. 5공 비리 청문회 개최와 전두환 전 대통령 증인 출석, 언론 통폐합 관련 책임자 처벌 등이 여야 협상의 결과였다.
김 전 의장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책임자 처벌을 놓고 김윤환 당시 민정당 원내총무와 벌인 협상 뒷얘기를 했다. 김 원내총무가 자신의 친구인 정호용 전 특전사 사령관은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눈물까지 보였다는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시민 학살 책임이 있는 사람을 그냥 두고는 노태우 정권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노태우와 정호용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요구해 정 전 사령관을 공직에서 사퇴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의장은 “여소야대에서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빠져 야당은 물론 국민과도 소통하지 않으려 한 것이 여소야대 국회를 불러왔다”며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가 큰 난국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에 대해선 “13대 국회는 여소야대라고 해서 수적 우위로 밀어붙이지 않았고 여당 입장을 배려했다”며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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